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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직 금지' 이유로 노조 간부 근로자 직위해제...法 "부당노동행위"

'겸직 금지' 이유로 노조 간부 근로자 직위해제...法 "부당노동행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법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노조 간부와 반·조장의 겸직을 금지한다는 이유로 근로자의 직위를 해제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주류 회사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직위해제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상시 근로자 3100여명을 사용해 맥주 및 소주 제조업, 주류 유통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전국 6개의 공장을 가지고 있다.

B씨 등 5인은 각각 1995~2011년 사이 A사에 입사해 한 공장의 생산관리직으로서 반·조장의 직책과 함께 노조의 임원을 맡고 있었다. 그들의 노조 간부 직명은 후생복지 실장, 문화체육 실장, 안전부장 등이었다.

그런데 A사는 2020년 7월 '노조 간부와 반조장의 겸직을 금지한다'는 이유로 B씨 등 5인의 반조장직을 해제했다. 또 이들과 같은 공장 소속 근로자 28명의 반조장직을 해제하고 다른 근로자 10명을 반조장에 보임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을 내렸다.

이후 B씨 등은 A사의 직위해제가 부당하다며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경남지노위는 "해당 직위해제는 업무상 필요성 부족하고, 경제적 불이익이 있으며 충분한 협의절차가 없었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경남지노위 판정과 같은 취지로 A사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A사는 "이 사건 직위해제는 충분한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반조장 역할은 소속 노조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대표하는 노조 간부와 지위와는 양립하기 어렵다"며 "노조 간부 업무 수행으로 인한 반조장 업무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직위해제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사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직위해제는 B씨 등에 대한 반조장으로서 적임 여부, 업무평가 등에 관계없이 단지 참가인들이 노조 간부임을 이유로 이뤄졌다"며 "반조장 직책에 있는 근로자는 오직 회사 이익만 추구해야 하고 노조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활동을 해선 안 된다는 부당한 관점에서 시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조장과 노조 간부의 겸직 금지 방침으로 A사 근로자 중 반조장을 맡고 있거나 맡으려는 사람들은 노조 간부 직책을 포기하거나 지원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이는 노조의 단결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시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