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오현지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장기 미제 사건이었다 사건 당사자가 방송에서 공범 임을 자백하면서 수사 실마리가 잡혔던 '제주도 변호사 살인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다시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2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조직폭력배 출신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변호사는 1999년 11월5일 제주시 북초등학교 인근 거리에 세워진 자신의 차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채 발견됐는데, 사건 당시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20여년 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공효시효가 지났다고 생각한 A씨가 2019년 10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피해자에 대한 상해를 사주 받고 친구인 B씨와 공모해 상해를 실행했는데, 일이 잘못돼 이 변호사가 사망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사건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A씨는 1985년부터 제주도의 한 폭력단체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사건 당시인 1999년에는 행동대장급으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가 공범으로 지목한 B씨는 2014년 8월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방송에서 털어놓은 범행 도구나 현장 상황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수사당국은 수사를 재개해 A씨를 이 변호사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은 A씨가 방송에서 밝힌 제보 진술 신빙성과 살인의 고의 및 공동정범 인정 여부가 쟁점이었다. 공모 공동정범은 복수의 공범들이 분업해 공동으로 범죄를 실현하는 경우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공동정범 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으로, 대법 판례다.
1심은 A씨의 방송 제보 진술 신빙성은 인정했지만, 살인 고의와 공동정범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PD 협박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제보 진술 신뢰성 뿐만 아니라 살인의 고의, 공동정범도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B씨가 준비한 흉기가 살상력이 높은 것을 알고 있음에도 A씨가 지시했고, 이는 공모 공동정범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 제보 진술이 중요 부분에서 사실과 다른 것이 밝혀진데다, 나머지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기 위한 추가 증거나 근거가 충분히 제출됐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정도의 신빙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고, 범행 현장 상황 등 정황 증거만을 종합해 A씨에게 살인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A씨 제보 진술과 정황 증거 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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