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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외환보유고 역대 최대폭 감소..."엔저 방어 영향"

작년 말 외환보유액 1조2275억달러 전년比 -13%
작년 가을 '1달러=151엔' 찍자 엔 매수·달러 매도 환율개입

日외환보유고 역대 최대폭 감소..."엔저 방어 영향"

【도쿄=김경민 특파원】 지난해 일본의 외환보유고가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급 엔저(엔화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선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12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22년 말 외환보유액은 1조2275억달러(약 160조엔)로 전년 대비 약 1781억달러(13%) 감소했다. 일본 외환보유고가 감소한 것은 6년 만이며 비교 가능한 2001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일본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1달러당 151엔 후반까지 육박한 지난해 9~10월에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를 매수하고 달러를 매도한 환율 개입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자국 통화를 사들이기 위해서는 증권이나 예금 형태로 보유한 달러 등 외화를 사용해 외환시장에서 매각해야 한다.

강달러 국면에 자국 통화 매수에 나선 것은 일본뿐 만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세계 외환보유액은 약 11조5986억달러(1500조엔)로 2021년 말에 비해 10% 줄었다. 세계 외환보유액이 12조달러를 밑도는 것은 2020년 3월 말 이후 처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마루야마 요시마사 SMBC 닛코증권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미국 달러를 중심의 외환보유액을 매각해 자국 통화를 지탱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흥국에서 외환보유액 감소가 두드러졌다.

관광객 급감으로 외화 부족에 빠진 스리랑카는 지난해 11월 기준 2021년 말 대비 40% 가량 외환보유액이 쪼그라들었고, 한국도 환율 개입의 영향 등으로 10% 감소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강세는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 다시 달러 강세장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니시하마 토오루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달러 강세의 피크였던 지난해 가을과 비교하면 최악기는 벗어났으나 강달러 사이클이 다시 진행되면 자국 통화를 방어할 여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외 채무 및 외환 개입을 위해 축적한 외화표시 자산이다. 잔액이 크면 대외 채무 상환 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신흥국이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고가 중요하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