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의 한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법원에서도 유지됐다. 하청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면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가 인정된다는 점을 법원이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다른 하청업체 노조들의 줄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12일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2020년 3월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지노위는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줬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에서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지노위 판단을 뒤집었다.
중노위는 "원·하청 등 간접고용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노동 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부분에는 원청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불복한 CJ대한통운은 2017년 7월 행정소송을 냈다.
대리점에 고용된 택배사들과 직접 계약을 맺지 않아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택배노조의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대한통운 주장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날 판결 선고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판결이 노조와 원청이 머리를 맞대고 산적한 현안을 풀어가기 위한 첫걸음이 됐으면 한다"며 "만약 CJ대한통운이 교섭을 거부한다면 주어진 모든 법적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라도 교섭을 강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이날 선고가 끝난 후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1심 판결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이 송부되는 대로 면밀하게 검토한 후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