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아미타이거 시범여단, 창설 후 첫 한미연합 부대와 실기동 훈련
눈, 비 악천후에도 아미 타이거·美스트라이커 여단 "상호운용성 검증"
韓 백호·美스트라이커 장갑차, 무인기, 현궁 대전차미사일 등 투입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 무건리훈련장에서 실시된 아미타이거 시범여단과 스트라이커여단의 연합훈련에서 한·미 양국 장병들이 장갑차에서 내려 전투원 보호를 위한 경계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육군 제공
[파이낸셜뉴스] 육군은 경기도 파주 무건리훈련장에서 대대급 한미 연합 실기동훈련(FTX·Field Training Exercise)을 실시하고 있다고 그 현장을 국내외 취재진에게 13일 공개했다.
지난 2~1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훈련에는 육군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과 미 2사단·연합사단 예하 스트라이커 여단에서 800여명이 참가했다. 한·미 장갑차 총 42대와 정찰드론, 무인항공기(UAV·Unmanned Aerial Vehicle), 대전차미사일 '현궁' 등 다양한 무기체계가 투입됐다.
이날 전형적인 겨울 아침 이른 시간부터 눈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 훈련이 시작됐다.
우리 군의 정찰드론 '스위드'가 적들을 탐지·식별하고 미군의 M1126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정보를 전달하자 수신한 좌표를 향해 화염을 내뿜기 시작했다.
한국군의 K808차륜형장갑차 '백호' 2대와 미군의 '스트라이커 장갑차' 1대가 일정 간격으로 평탄치 않은 비탈길을 따라 기동하다가 가상 적군이 위치한 능선을 앞두고 멈춰 섰다.
적으로부터 하차하는 전투원을 보호하기 위해 장갑차에서 발사한 연막탄이 터져 메케한 특유의 냄새와 함께 보라색·자주색 연막이 퍼졌다.
각 장갑차에 탑승했던 한미 장병들은 일제히 하차해 기민한 동작으로 사주경계를 실시하고 한국 장병들의 엄호하에 먼저 미군 장병들이 지휘와 신호에 따라 의사소통을 하면서 일사불란하게 가상 적군을 향해 힘차게 달려갔다.
곧바로 한국 장병들도 치고 올라갔다. 잠시 후 총성이 빗발치면서 쌍방 교전이 벌어지고 한·미 장병들은 엄호와 돌격을 번갈아 가면서 능선을 탈환했다.
쌓여있던 눈과 내린 겨울비가 더해져 산 능선은 진흙밭으로 변해있었지만 한·미 장병들은 온몸을 던지며 뜨거운 열기로 진지한 훈련에 매진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 속에서 훈련은 계속 진행됐다.
지난 13일 경기 파주 무건리 훈련장에서 열린 아미타이거 시범여단 연합훈련에서 미 장병들이 장갑차에서 하차 후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훈련은 제25보병사단 예하에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이 지난해 6월 창설 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한미 연합훈련이자 올해 첫 연합 실기동훈련이다.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은인공지능(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 등 미래 지상군의 첨단 전력과 작전수행 개념. 최적화된 부대구조를 검증하고 있는 부대다.
함께 훈련한 스트라이커 여단은 작년 11월에 순환 배치된 부대로, 여단이 운용하는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12.7㎜ 기관총, 7.62㎜ 기관총, MK19 40㎜ 유탄발사기뿐 아니라 다양한 화기를 장착, 확장할 수 있는 막강한 화력과 기동성을 갖췄다.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승무원 2∼4명과 무장 보병 9명을 태우고 최고 시속 100㎞로 질주한다.
내부에는 상황실뿐 아니라 위성 등 네트워크 기기가 여러 개 있어 모든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이를 통해 서로 연결돼 있고, 실시간으로 전장의 정보를 공유해 손쉽게 합동작전을 펼칠 수 있다. 벡터 바이퍼라는 장비는 최신형 위성 망원경을 장착해 망원경 렌즈로 포착한 목표물을 곧바로 위성으로 연결함으로써 전폭기의 정밀 폭격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 기능을 갖췄다. 또 최첨단 영상 처리 기능으로 연기나 먼지 등 시야가 불투명한 곳에서도 또렷한 영상을 촬영해 미국 본토까지 생생한 화면을 보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의 차륜형 장갑차 백호 역시 최고 시속 100㎞에 11명을 태울 수 있는 기동성과 힘을 갖췄으며, 전술타이어가 적용된 차륜형 장갑차다.
육군 관계자는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익히 듣던 대로 산지 지형에서도 힘차고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우리 백호도 그에 못지않은 기동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13일 경기도 파주 무건리훈련장에서 실시된 아미타이거 시범여단과 스트라이커여단의 연합훈련 중 한미 양국 장병들이 장갑차 하차 전투원 보호를 위한 경계작전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제공
한미 장병으로 구성된 공격팀과 방어팀이 실탄 대신 레이저를 발사하는 마일즈(MILES) 장비를 착용한 채 쌍방 교전을 벌였다.
이번 연합훈련은 첨단전력을 운용하는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과 막강 화력·기동력을 자랑하는 스트라이커 여단이 만나 한미 연합작전 수행능력 향상과 전술·소부대전투기술 공유에 초점을 두고 기획됐다.
아미 타이거 여단과 스트라이커 여단 각 1개 대대가 중대 단위로 연합전투팀을 구성해 △A코스, 분대 전술훈련과 △B코스, 소대 공격·방어작전 △C코스, 장갑차 기동훈련 등 3개 코스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A코스 분대 전술훈련은 가상의 적군이 능선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육군 아미타이거와 미 스트라이커여단이 해당 고지를 탈환하는 훈련이었다.
이어진 △B코스 소대 공격·방어작전훈련에서도 공격·방어팀으로 나누어 쌍방 교전을 벌였다. 육군 아미타이거 여단과 미 스트라이커여단은 서로 다른 길로 올라가 적군을 소탕하고 고지를 점령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육군은 소대 공격·방어작전 훈련에서 장병들은 실제 전장환경과 유사한 환경에서 주야간 자율기동식 교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배양한다고 설명했다.
육군 아미타이거는 드론을 이용한 사전정찰에 나섰다. 드론을 이용해 능선에 위치한 적들의 위치와 장비, 인원 등을 파악하고, 이를 타격부대에 전달하는 역할이다.
지난 13일 경기 파주 무건리 훈련장에서 열린 아미타이거 시범여단 연합훈련에서 정찰드론이 적 탐지 등 임무수행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은 이른 시간부터 계속된 겨울비가 내려 드론 훈련만 진행했지만 이번 훈련 기간 UAV와 드론 전력 검증도 진행했다.
아미타이거 부대가 운용하는 미니 비행기 형태를 한 UAV는 고도 약 8㎞ 상공에서 장거리로 비행해 적진을 감시하고, 드론은 근거리 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UAV와 드론이 촬영한 영상은 지휘소로 실시간 전송돼 작전에 활용된다. 드론은 반경 5㎞에서 최고 36㎞/h의 속도로, 최대 30분간 임무수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을 지휘한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의 이재용 대대장(중령)은 "이번 훈련으로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의 작전수행 방법을 구체화하고 연합전략과 상호운용성도 검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트라이커 여단의 새뮤얼 뮬러 중대장(대위)은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과 실전적 훈련으로 한반도 작전환경을 이해하고 대한민국 육군의 미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주기적 훈련과 다양한 교류활동으로 실전에서 최강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연합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훈련 중엔 무건리 대량살상무기대응(CWMD) 훈련장에서 가상의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시설을 점령하는 연합훈련도 진행됐다.
아울러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선 우리 군의 K1A2 전차와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이 동원된 연합 공용화기 사격훈련이 이뤄졌다.
스트라이커여단은 앞서 이달 9~13일엔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번개여단 등과 연합·제병협동 혹한기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엔 장병 1200여명과 궤도장비 158대가 투입됐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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