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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영국 이중국적 전 국방차관 간첩혐의로 사형

[파이낸셜뉴스]
이란, 영국 이중국적 전 국방차관 간첩혐의로 사형
이란이 14일(현지시간) 영국과 내통한 간첩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알리레자 아크바리 전 국방차관에 대한 형을 집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이 2008년 10월 14일 공개한 아크바리의 사진. AP연합

이란이 14일(이하 현지시간) 이란과 영국 이중국적자인 알리레자 아크바리 전 국방차관에 대한 교수형을 집행했다고 발표했다.

사형 집행을 하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경고 속에서도 이날 아크바리 전 차관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이란 관영 미잔통신은 형이 언제 집행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사형이 집행됐다고만 보도했다.

AP는 아크바리가 수일 전에 사형당했다는 소문이 돈다고 전했다.

이란은 아크바리가 'MI6'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영국 비밀정보국의 간첩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증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란 사법부는 장문의 판결문에서 아크바리가 영국에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막대한 돈과 함께 영국 시민권, 기타 지원을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AP는 그러나 이란이 그동안 외국을 다녀오거나 외국과 끈이 닿아 있는 사람들을 스파이로 몬 전력이 있다면서 이들을 간첩으로 몰아 서방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해왔다고 지적했다.

개인 싱크탱크를 운영했던 아크바리는 2019년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뒤 이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또 사건의 자세한 전모도 최근에야 공개됐다.

AP는 또 알리 샴카니 전 국방장관 측근인 아크바리 사형 집행은 이란 내부에서 권력암투가 진행 중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9월 히잡을 쓰지 않아 도덕경찰에 체포됐다가 주검으로 발견된 여학생 마샤 아미니 사망으로 촉발된 반체제 시위가 이란 전역에 들불처럼 번진 가운데 이란 내부에서도 권력투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AP는 1979년 이슬람혁명 직후 군부가 대거 숙청된 것을 떠 올리게 하는 흐름이라고 전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비겁한 행동'이라며 즉각 비판하고 나서는 등 서방 각국은 이란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재개했다. 이란과 서방간 긴장이 더 고조될 전망이다.

수낵 영국 총리는 "소름이 끼친다"고 규탄했고, 제임스 클리버리 외무장관은 이란 정권에 책임을 묻겠다면서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검찰총장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추악하고 야만적인' 사형집행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파리주재 이란 대사를 초치해 사형 집행에 항의했다.

제임스 하틀리 주영 미국 대사는 트윗을 통해 미국이 영국과 함께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크바리는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엔과 협력해 휴전을 성사시켰고, 2015년에는 이란과 서방간 핵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한 온건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