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도입의 최대 걸림돌 제거, 의료계 심평원 제외 주장
보험업계 ESG측면에서 제도 도입도 시급
[파이낸셜뉴스]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전산화)의 중계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제외된다.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의 최대 걸림돌이 사라진 셈이다. 그동안 의료계는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제외하면 이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실제 제도 도입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좀 더 시간일 걸릴 전망이다.
의료계는 지난해 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모든 논의를 중단해 왔다. 금융권은 소비자의 편의성과 더불어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30%의 나무가 사라진다며 제도가 빨리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제외" 의료계 입장 수용
15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의 주관으로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보험사, 의료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실소보험청구간소화 태스크포스(TF)는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다만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 의료계는 지난해 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히며 전제조건으로 심평원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 진료 후 곧바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이 의료비 증빙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비를 지급한 후 보험금 청구서류를 작성하고 필요서류(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를 구비해 보험회사에 방문, 팩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으로 청구하고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10여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의료계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개인정보 유출, 보험회사에 대한 민원이 의료계로 향할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반대를 해왔다. 진짜 반대 이유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심평원에 각 병원의 비급여 항목이 쌓이면 과잉진료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국민 여론에 몰리자 의료계는 한 발 물러섰다. 심평원은 전국의 병원과 약국의 전산망을 관리하며 건강보험 지급의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이를 활용하면 새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어 비용과 시간이 절약된다는 입장이었다.
업계 담당자는 "제도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의료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앞으로 의료계의 태도 전환과 제도 도입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손청구서류만 매년 4억장 넘어
다만 제도의 본격적인 도입에는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최근 대법원은 한의사가 단순 질환 진단을 위해 보조적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의사도 앞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돼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문제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불똥이 튀고 있다"면서 "현재 의료계가 이 문제로 다른 현안은 거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은 소비자 편의성과 함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실손보험은 3900만명이 가입한 사실상 제2의 의료보험이다. 해마다 실손청구를 위해 서류 4억장 이상이 발급된다. 이를 위해 쓰이는 종이는 나무 4만그루에 달하는 양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30%에 해당한다.
제도 도입이 3년 지연될 수록 여의도 면적의 나무가 사라지는 셈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편 발송시 봉투 사용과 서류의 보관 창고, 보험금 접수를 위한 교통수단 이용 등을 감안할 때 환경 저해 요소는 더욱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환경부에서는 관계부처·기관 등과 함께 전자영수증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며 환경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회사뿐만 아니라 의료계도 정부당국의 정책기조에 발맞춰 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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