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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로 끝난 이태원 특수본… 검찰은 '윗선'까지 갈까

검수완박 후 경찰 첫 대형 수사
514명 투입 '윗선' 못 건드려
경찰 수사력 한계 비칠 가능성

'용두사미'로 끝난 이태원 특수본… 검찰은 '윗선'까지 갈까
손제한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장이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브리핑실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지난 13일 출범한 지 74일 만에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 결과를 내놨지만 '용두사미'라는 비판이 거세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윗선'으로는 수사를 확대하지 못한채 실무라인의 책임만 물어서다. 특수본은 초기 수사 단계에서 경찰·소방·구청 등 현장 책임자들에 대한 신병확보가 반려 당하는 등 수사 속도가 늦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검찰이 압수수색에 돌입하는 등 강도 높은 보완 수사를 예고하고 있어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맹탕 수사' 도마 위 올라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특수본은 지난해 11월 1일 출범한 이후 사건 관계자 538명을 조사해 총 24명을 송치하고 6명을 구속 송치했다.

기관별 송치 인원은 경찰 8명, 용산구청 3명, 소방 2명, 서울교통공사 2명 등이다. 나머지 2명은 해밀톤 관광 대표이사와 A주점 대표다. 이 가운데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4명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소속 공무원 2명이 구속됐다.

특수본은 수사 인력 139명을 포함해 총 514명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특수본은 출범 다음날부터 경찰과 소방, 용산구청 등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전 서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이후 '과실범의 공동정범' 법리로 보강 수사를 진행하면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더구나 신병확보를 장담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서도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반려한 탓에 결국 불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수사의 속도가 지지부진하면서 '윗선' 수사로는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윗선으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청장 등이 거론된다. 법리 검토 결과 행안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이들 기관장에 대한 출석 조사도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윤 청장 역시 다수가 운집한 상황에 대한 교통 혼잡·안전 관리 등의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 처분이 결정됐다.

이러한 비판에 특수본 관계자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 결과를 도출했다"고 원칙론을 내세웠다.

■향후 검찰 수사 주목

특수본 수사 결과에 대한 비판은 자칫 경찰 수사력의 한계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이태원 참사는 검수완박법 시행 이후 경찰이 처음으로 수사 키를 쥔 사건이었다. 지난해 8월 초까지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인 6대 범죄에 들어있던 '대형참사'는 검수완박 입법으로 검찰이 수사를 시작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서해 훼리호 침몰(1993년),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세월호 참사(2014년) 등과 달리 이태원 참사는 경찰이 우선 수사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지난해 이른바 '검수원복' 시행령 개정으로 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범위 제한이 풀렸다.
서울서부지검은 수사팀을 새로 꾸려 보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특수본이 수사 종료를 하지도 않은 지난 11일엔 경찰청, 용산구청 등 10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한 상태다. 이번주 중에는 이태원 참사 주요 피의자인 이 전 서장과 송모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에 대한 구속 기소가 예상된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