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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폭증… 여권신청 2시간 대기는 기본

日무비자·방학 겹쳐 수요 폭발
작년 4분기부터 여권발급 급증

#직장인 김모씨(26)는 오는 3월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다. 지난 9일에는 여권 신청을 위해 구청을 찾았지만 포기했다. 대기번호 78번을 받은 후 문의를 하니 "2시간 이상 기다려야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연차를 쓰고 이튿날 오전 8시 30분에 다시 구청을 찾았다. 다행히 앞에 대기한 사람은 4명이었고 여권 신청에도 성공했다. 김씨는 "여권 발급도 명품 '오픈런' 행사 수준으로 대기 수요가 너무 많아 당혹스러웠다"면서 "출국 날짜 임박해서 신청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며 구청 여권과가 민원인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신청 대기도 2~3시간, 발급 기간도 최대 10일 이상으로 평소보다 더 오래 걸려 민원인과 구청 직원들 모두 진땀을 빼고 있다.

15일 서울 지역 복수의 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구청 여권과에 접수된 여권 신청 건수(신규, 갱신 등 모두 포함)는 2021년에 비해 약 4~5배 증가했다. 서울 서초구청의 경우 지난해 여권 신청 건수는 6만5734건으로 전년도 1만7526건 대비 275.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송파구청도 1만4442건(지난 2021년)에서 6만6250건(지난해)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 신청이 폭증한 것은 지난해 4·4분기부터다. 서초구청과 송파구청의 여권 신청 건수는 지난해 8월까지 5000건대에 머물렀지만 9월부터 점차 늘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민원이 폭증해 서초구청은 1만169건, 송파구청은 1만1392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지난 2021년 전체 신청 건수와 맞먹을 만큼 신청이 몰린 것이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지난 2018년, 2019년에 12월 여권 신청 건수와 비교해도 약 2배가 증가했다.

이같은 현상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지난해 10월 일본 무비자 입국 허용과 방학 기간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실제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며 지난해 11월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100만명을 넘겼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민 해외관광객은 전년 동월(14만7907명) 대비 604.1% 증가한 104만1431명이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국민 해외관광객은 14만7434명에 머물렀지만 △9월 61만9954명 △10월 77만3480명에 이어 11월 출국자 수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행 수요 증가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여권 관련 민원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라며 "실물 여권을 받을 수 있는 발급 기간도 10일 이상 걸릴 정도로 길어져 해외여행 전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