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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정상화된 다보스 포럼...그 사이 세계는 급변

3년만에 정상화된 다보스 포럼...그 사이 세계는 급변
알랭 베르세 스위스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을 앞두고 열린 문화장관 회의인 '다보스 연대'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1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의 리조트에서 개막되는 2023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어느때 보다 행사의 존폐가 위협을 받을 정도로 지난 수년간 급변한 환경 속에서 진행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3년만에 1월에 대면행사로 진행되는 올해 행사의 주제가 ‘분열되는 세계 속의 협력’인 것을 언급하면서 WEF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올해 회의 참석자들은 장기간 이어져온 세계 경제통합과 번영, 평화의 종식이 다가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무역을 늘려 자유를 확산시키는 세계화의 대표적인 상징인 WEF이지만 유럽 대륙에서 전쟁이 발생하고 미국과 중국간 대립의 그림자 아래 국가주의가 부상하고 국제 사회가 분열되는 현실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WEF가 우려하는 분열은 3년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나타났다. 확산 억제를 위한 봉쇄와 국경 폐쇄 조치가 내려지고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3년만에 행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방역을 해제하면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대유행을 피한다고 해도 그동안 재화와 원자재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믿어온 정부와 기업들의 세계화에 대한 개념을 코로나19가 인해 단숨에 흔들어놨다.

여기에 급격한 기후 변화와 이에 따른 식량 안보 문제, 인프라를 위협하는 사이버 공격 등 새로운 불안거리가 생겨왔다.

기업들은 질병과 전쟁, 기타 비상 상황에 취약한 공급망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경영방식을 바꿔야 했다.

중국에서 제품을 대규모로 생산했던 애플이 인도와 베트남으로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서방 기업들의 탈중국은 코로나19가 촉발시켰지만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그 속도를 높였다.

1945년 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유럽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최대 규모의 전쟁이 WEF 행사 장소로부터 수천 km 떨어진 곳에서 현재도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핵전쟁을 피한다고 해도 더 고조될 위험이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쟁이 세계화로 구축한 경제적 관계를 어떻게 끊어놓을 수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감수하면서 에너지 수입을 줄여왔다.

세계의 주요 곡물 수출국인 두 나라의 전쟁으로 식량가격이 오르고 수백만명을 굶주림에 몰아놓을 수 있다.

다음 지정학적 위협으로 대만이 떠오르고 있다. 세계 첨단 반도체의 90%를 생산하는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을 경우 세계 경제가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최근 수년간 다보스 포럼 행사장 주변에는 백신 반대주의자들, 기후변화 회의론자, 강경 애국주의자들과 종교 광신자들이 집결해왔다. 이들은 WEF가 코로나19를 빌미로 세계 경제를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이같은 인식 또한 세계로 널리 퍼져왔다.

올해 WEF는 3년만에 매년 진행돼온 1월에 개최되고 세계화의 위기라는 시급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주요 정상들이 대거 불참한다.

평범한 미국 근로자들을 대변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다보스 행사 등장을 리스크로 여기고 있으며 유럽의 보수 또는 중도성향의 정치인들도 참석에 신중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불참하며 주요7개국(G7) 정상 중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만 참석한다.

이번 WEF에는 행사 단골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행사기간 중 토론 참석 또는 연설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9일 특별 연설을 할 예정이다. 한국 대통령이 직접 WEF에 참석하는 건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9년 만으로 윤 대통령은 공급망 강화와 청정에너지 전환, 디지털 질서 구현을 위한 협력과 연대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국제기구의 대표급 인사 39명도 참석하며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600여명, 각국 중앙은행 총재 19명과 재무장관 56명, 외교장관 35명, 무역장관 35명을 포함해 정·재계 및 학계 인사 2700여명이 모여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게 된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