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지난 2021년까지 몰티즈종의 반려견을 키웠다. 이씨의 반려견은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병을 앓아 하루라도 혈액 투석을 하지 않으면 언제 숨이 끊어질 지 모르는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 하지만 혈액형이 희귀하다 보니 맞는 혈액 찾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이씨는 "반려견에게 맞는 혈액형의 피를 구하는 일이 큰 일 중 하나"라며 "피를 구하기 힘들어 웃돈을 주고 (혈액을)구하는 일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반려동물 /뉴시스
최근 반려인구 1500만 시대를 맞아 개, 고양이, 새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각종 중증 질병에 걸린 반려동물에 대한 수혈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반려동물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병 치료를 위해 수술 등을 해야하는 상황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 사람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헌혈 문화를 지원하는 내용의 관련법안이 발의돼 향후 처리방향이 주목된다.
중증 질병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긴급 수혈 필요
17일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448만명으로 조사됐다. 이를 가구 기준으로 하면 604만 가구에 달했다. 전국민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604만 반려가구 중 강아지를 키우는 가구가 80.7%로 나타났으며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견도 외과 수술과 교통사고, 출산 중 대량 출혈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 반려동물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혈액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살아있는 동물의 혈액을 채취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동물의 질병 치료를 위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혈액 채취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동물병원이나 관련 업체 등은 혈액을 제공하는 공혈동물을 별도로 사육해 혈액을 채취하고 있지만, 별도의 혈액 채취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혈액 채취가 과도하게 이뤄져 동물인권 침해 내지는 동물윤리 위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반려동물에게도 혈액형이 있기 때문에 아무 피나 수혈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강아지와 고양이의 혈액형도 사람처럼 적혈구 표면의 항원에 따라 혈액형을 분류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강아지의 주요 혈액형은 DEA1형과 DEA3~8형 등 13가지다.
고양이의 혈액형은 3가지로 A형과 B형, AB형으로 나뉘며 같은 혈액형끼리만 수혈받을 수 있다. 예외적으로 AB형이 적혈구만 필요할 때는 AB형 뿐 아니라 A형에게도 수혈받을 수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의 경우 인간과 동일하거나 혹은 더 많은 혈액형으로 분류돼 있어 반려동물 혈액형이 희귀한 경우 제때 수혈을 받지 못해 생명을 잃을 위험성이 큰 실정이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에게도 사람처럼 헌혈문화가 정착돼 다양한 혈액형의 수혈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헌혈기부 권장해 수혈문제 해결해야
이런 가운데 반려동물에 대한 수혈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반려동물의 헌혈을 권장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반려동물의 건강한 현혈기부문화를 지원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반려인구가 폭증하는 가운데 최근 들어 반려인구 사이에선 공혈동물에 대한 동물인권 침해 문제를 비롯해 동물윤리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반려동물 헌혈기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민 의원실의 입장이다.
개정안은 공혈동물들을 사육하지 않아도 혈액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반려동물의 혈액 기부를 증진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구체적으로 동물의 질병 치료 등을 위해 동물의 체액을 채취하는 경우에도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으로는 채취를 금지시키는 한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건강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헌혈기부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 의원은 "원활한 혈액 공급이라는 선결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공혈동물들은 법의 사각지대로 더욱 내몰리게 될 것"이라며 "반려동물의 건강하고 바람직한 헌혈문화가 확산·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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