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립대 홈페이지 캡처]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과 미국의 학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며 반격에 나섰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민병갑 뉴욕시립대 퀸스칼리지 교수 등 한미 학자들은 최근 국제여성학저널(JIWS)에 '위안부 여성이 자발적 매춘부라는 마크 램지어의 주장에 대한 비판적 평가'라는 제목의 특별판을 발행했다.
이들은 이번에 발행한 저널에서 수정주의 역사관을 그대로 반영한 램지어 교수의 허위 주장이 일본 우익은 물론 정부가 이끄는 역사전쟁의 결과물이라며 그 심각성을 경고했다.
온라인으로 발행된 이번 특별판에는 민 교수와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 야마구치 도모미 미국 몬태나주립대 교수, 주디스 머킨슨 위안부정의연대(CWJC) 대표가 쓴 4편의 비판 논문이 실렸다.
지난 2021년 2월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논문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지 거의 2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한미 학자들과 활동가들이 대항 전선을 구축한 것은 램지어 교수를 앞세운 일본 우익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로스쿨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특히 램지어가 '하버드 로스쿨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지난해 1월과 8월 로스쿨 홈페이지와 세미나지를 통해 '위안부 강제동원을 입증하는 문서가 없다', '한국의 친북 성향 위안부 단체가 한일 공조를 막으려고 위안부 문제를 이용했다'는 주장까지 펼친 것이 학자들의 경계심을 키웠다.
거의 1년간 특별판 발행을 준비해왔다는 민 교수는 "램지어가 일본 우익단체 행사와 콘퍼런스에 가서 '내가 해냈다'는 식으로 자랑하고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 장면들이 동영상으로 나온다"라며 "일본에서도 그를 구원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위안부를 성노예가 아닌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것은 원래 일본 내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고 국제학술지에 싣는 것은 불가능한데 하버드 법대의 힘을 빌려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그래서 국제 여성학술지에 특별판을 만들어서 조직적으로 비판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일본 우익과 정부가 미국에서 벌이는 역사전쟁의 맥락에서 해석하면서 램지어와 우익의 주장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민 교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 곳곳에서 위안부 기림비를 세우면서 일본 우익들이 아주 큰 타격을 받았다"라며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미국에 상당한 돈을 투자해 기림비를 막고 학술 활동을 지원하는 역사전쟁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전범 기업 미쓰비시의 후원으로 램지어가 하버드 로스쿨의 '미쓰비시 일본 법학교수'로 임용돼 일본의 전쟁 성범죄를 폭로한 수많은 피해자 증언과 증거, 유엔 인권이사회 판단, 심지어 과거 일본 정부의 사과를 깡그리 무시한 근거 없는 주장이 국제 학술지와 하버드를 통해 퍼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위안부 피해자 103명의 증언을 토대로 참혹한 강제동원 피해 사실을 고발한 영문 서적을 펴낸 민 교수는 이번 특별판에 실린 논문에서 "위안부가 성노예 시스템이었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부정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제의 위안부 논문을 철회하라는 학계의 빗발치는 요구에도 3년째 결정을 내리지 않은 학술지 법경제학국제리뷰(IRLE)와 램지어 교수를 방관하는 하버드대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 교수는 "다른 대학 같으면 그런 주장을 하고 학교에 남아있을 수가 없다.
특히 사회정의를 강조하는 법대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별판에서 야마구치 교수도 "램지어의 주요 주장은 1990년대 이후 한국과 일본의 역사 부정론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며 일본의 역사전쟁이 '학술적 자유'로 포장한 우익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노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 교수는 온라인으로 발행된 이번 특별판을 다른 학자의 논문과 묶어 오프라인으로도 출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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