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전·현직 간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오른 가운데 18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민주노총연맹 본부 등 10여 곳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민주노총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국정원과 경찰은 서울 중구 정동의 민주노총 본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 제주 세월호 제주기억관 평화쉼터 사무실 등 최소 10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역은 서울, 경기, 강원, 전남, 제주 등 전국적이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압수수색 대상으로는 민주노총 조직국장 A 씨,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 씨,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을 지낸 C 씨, 평화쉼터 대표로 있는 D 씨가 지목됐다. 이들 4명 중 3명은 민주노총의 전·현직 핵심 간부다.
이들은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에서 북한 대남 공작원을 만나 민주노총 침투 및 주요 시민단체 장악 임무 등의 지령을 받은 뒤 국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반정부 단체를 설립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 세력들이 제도권 단체인 민주노총에 침투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중 A씨는 2017년 캄보디아 프놈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노동 산하 대남 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C씨는 D씨와 함께 2017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각각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국은 A씨가 B씨와 C씨 등을 포섭해 보건의료노조와 광주 기아 공장 등 3곳에 지하조직을 설립하려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들과 접촉한 북한 공작원의 수는 2~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외국 이메일 계정 또는 클라우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교신하는 '사이버 드보크' 등을 통해 북한 측과 수년간 연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첩 당국은 이들이 증거 인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날 공개수사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국가보안법을 앞세운 이념, 색깔 덧씌우기 공장, 이를 통한 공안 통치의 부활"이라며 "민주노총을 음해하고 고립시키려는 윤석열 정권의 폭거에 맞서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경찰과 국정원은 지나해 11월과 12월, 올 1월에도 경남, 제주, 전북 등에서 활동하는 진보 인사들에 대해 ‘북한 지령을 받고 간첩단 활동을 해 왔다’며 국보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다만 당국은 이번 압수수색이 이전에 진행해온 압수수색과는 별개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