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지수 7개월만에 최저점
美 연준 금리인상 보폭 줄이자 작년 9월 고점이후 10% 내려
원화 강세…환율 1230원대로
위안·유로·엔도 상대적 강세
당분간 달러 약세 지속될듯
지난해 미국의 금리인상에 맞춰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던 미국 달러 가치가 '킹달러'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지고, 미국 외 다른 국가의 통화가 강세를 보인다며 당분간 달러 가치 하락이 지속된다고 내다봤다.
■고금리 기대 꺾이자 달러 힘 빠져
달러 가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해 대규모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금리가 오르자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졌고 안전자산을 싸게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해외 자본이 미국으로 흘러들었다. 6개 국제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지수는 지난해 9월 26일 114.1까지 올라 약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지수는 1973년 3월에 시작되었으며 출범 당시 달러 가치를 100으로 두고 있다. 달러지수 역대 최고치는 1985년(164.72)에 나왔고, 최저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3월(70.7)이었다.
달러지수는 지난해 9월 고점 이후 계속 떨어지더니 18일(현지시간) 장중 101.53까지 내려간 뒤 일부 연준 인사들의 고금리 강경 발언으로 다소 올라 102 근방에 머물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달러지수가 약 7개월 만에 최저점인 동시에 지난해 9월 고점 대비 10.7% 내려갔다며 2009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FT는 달러 약세의 원인으로 연준의 금리 결정을 지목했다. 연준은 지난해 물가를 잡기 위해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으로 금리를 올린 뒤 지난달 0.5%p 인상으로 속도를 늦췄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 범위다. 연준은 다음달 1일에 통화회의를 마치고 금리인상 폭을 결정한다. 미국 자산관리사 컬럼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의 에드 알 후사니 전략가는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달 금리를 0.5%p 올릴 가능성을 5%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0.25%p 상승이 유력하다며 "이렇게 확실한 경우는 드물다"고 강조했다.
■'킹달러' 시대 폐막?
국내에서도 달러 약세가 뚜렷해졌다. 지난해 10월에 달러당 1440원에 달했던 달러 가치는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전날 종가 대비 1.2원 내린 1236.2원에 개장해 1232원 선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1270원대에서 시작해 1230원대 초반까지 점차 하락하고 있다.
달러 강세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0월과 비교해서는 200원 가까이 내렸다. 지난해 10월 평균 1426.7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1월 1364.10원, 12월 1296.22원으로 대폭 하락한 후 1230원대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올해에는 지난해와 같은 킹달러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 후 물가상승(인플레이션) 둔화세가 확인되면서 달러 약세요인이 이어질 수 있다"며 "또 중국 위안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도 달러 약세요인"이라고 짚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달러지수와 관련, "유럽의 상반기 경기침체가 생각보다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중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생각보다 빠르게 나오면서 변동성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달러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통화인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한 데다 변동성이 줄어 달러 약세가 계속된다고 전망했다.
또한 한국의 무역수지가 악화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환 헤지 관련해서 이미 제도들이 개선된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중국 경기회복으로 수출 수요가 높아진 것도 원화 강세를 견인하는 요인이다.
다만 연준이 금리를 더 많이 올리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 경우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조 연구위원은 "1·4분기에 반등신호 정도 있을 수 있지만 많이 튀어봐야 1300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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