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보안 당국, 신원 미상의 미국인 수사중이라고 밝혀
간첩 협의로 알려졌으나 자세한 신상은 미공개
美 "아직 확인되지 않은 주장, 러시아 상황 주시"
지난달 9일 석방된 미국 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가 석방 직후 미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의 켈리필드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미국 농구 스타를 마약 밀반입 혐의로 체포했던 러시아 정부가 이번에는 미국 시민을 상대로 간첩 수사에 나섰다.
프랑스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인 용의자를 수사중이라며 "용의자는 러시아 연방의 안보를 겨냥해 생물학 분야 정보를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FSB는 용의자의 신원이나 체포 여부 등 수사 관련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FSB 발표 당일 브리핑에서 해당 보도를 봤지만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상황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러시아는 일반적으로 러시아에 있는 미국 시민의 구금에 대해 적시에 통보할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 백악관도 해당 보도를 주시하고 있다며 더할 말이 없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사이가 냉랭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미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인 브리트니 그라이너는 지난해 2월 오프시즌에 활동하는 러시아 팀으로 돌아가려다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서 마약 밀반입 혐의로 체포됐다. 그라이너는 의료용 대마를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았다고 해명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에 미 정부는 러시아와 협상 끝에 무기 밀매 혐의로 미국에서 징역 25년을 선고 받고 복역중인 전설적인 러시아 무기상 빅토르 부트를 그라이너와 맞바꾸기로 했다. 양국은 지난해 12월에 두 사람을 교환했지만 아직 폴 휠런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휠런은 미 해병대원 출신의 기업 보안 책임자로 러시아에서 지난 2020년에 간첩 혐의로 체포되어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미 정부는 그라이너 교환 협상 가운데 휠런 석방을 제안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휠런이 간첩 혐의로 체포되었다며 그라이너와 별도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는 지난해 4월에도 발트해 연안의 러시아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입국했던 미국인 테일러 더들리를 구금했다가 지난 12일에 약 9개월만에 석방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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