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박물관 트위터 캡처
[파이낸셜뉴스] '한국 음력 설'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댓글 공격을 받은 영국박물관이 '중국 설'이라고 고치며 황급히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각) 영국박물관은 트위터를 포함한 SNS에 토끼를 들고 있는 중국 청나라 여성의 그림을 올리고 'Chinese New Year'(중국 설)이라고 적었다.
이어 "2023년은 토끼의 해"라며 "그림은 청나라 여인이 토끼를 다정하게 들고 있는 모습"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영국박물관은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도 '중국 설'이라고 밝혔다. 영국박물관 대변인은 "우리는 박물관에서 행사를 개최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새해 좋은 일을 기원하면서 국내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중국 설을 기념한다"고 말했다.
이는 영국박물관이 '한국의 음력 설'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댓글 테러를 당한 것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영국박물관 계정에 올라온 '한국 음력 설' 트윗. 트위터 캡처
앞서 영국박물관은 설을 앞두고 지난 20일 저녁 'Celebrating Seollal 설맞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전통 공연 등의 행사를 하면서 홍보 문구에 'Korean Lunar new Year'(한국 음력 설)라고 적었다.
그러나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의 음력설' 표현을 문제 삼고 댓글 공격에 나섰다. 이들은 한국이 중국문화를 훔치는 걸 명성 높은 박물관이 돕고 있다거나 앞으로 '메리 코리아 크리스마스'라고 하게 될 것이라는 등의 비난 댓글을 달았다.
영국박물관은 당시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했지만 웹사이트 안내문에서 '한국 음력 설'이란 표현을 빼고 음력 설 기원에 관한 설명을 추가하는 등 일부 조정을 했다. 이후 행사가 끝나고 관련 글을 삭제했지만 다른 게시글에 중국 누리꾼들의 댓글 공격은 이어졌다.
이에 영국박물관은 '한국 음력 설'이라는 표현을 '중국 설'이라고 바꿨다.
하지만 영국박물관이 ‘중국 설’이라고 밝힌 것은 최근 영국 내 흐름과는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에선 ‘중국 설’이란 표현이 널리 사용됐지만 최근엔 한국, 베트남 등의 명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Lunar New Year'(음력 설)로 바뀌는 추세기 때문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영국박물관이 ‘중국 설’로 수정한 것에 대해 이성적인 처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국 누리꾼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영국박물관이 항복한 셈"이라며 "논리도 없고 억지 주장만 펼치는 중국 누리꾼들의 전형적인 행태를 처음 겪었기 때문에 무서웠나 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논란을 피하기 위한 회피이자 솔직히 부끄러운 조치"라며 "조만간 영국박물관 및 프리미어리그 각 구단에 '중국 설'이 아닌 '음력 설' 표현이 맞다는 항의 메일을 보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