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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보다 싸늘한 설민심..'정치혐오'로 번진 양당제

[싸늘한 설민심] 고물가 시름 깊은 민생
與 향해 "정부하수인 전락.. 집안싸움만"
野 향해 "국민 아닌 이재명 지키려 정치"

혹한보다 싸늘한 설민심..'정치혐오'로 번진 양당제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전북 전주시 전주역에서 귀경길에 오른 시민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설 연휴를 관통하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밥상머리 민심은 한반도를 뒤덮은 강력한 한파보다 더 엄혹하고 싸늘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으로 민생경제는 어느때보다 힘든 보릿고개 터널을 지나는데 연초부터 당리당략에 매몰된 채 밥그릇싸움에만 몰두하며 정쟁만 반복하는 정치권에 실망을 넘어 '정치혐오증'을 쏟아낼 정도로 민심은 냉소적이었다. 물가 상승은 민초들의 실질 소득 증가분을 비웃기라도 하듯 뛰어넘은 가운데 난방비와 전기료가 폭등한 1월분 고지서를 받은 서민들은 가계를 옥죄는 이 같은 고물가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전전긍긍해하는 모습이다.

"민생은 뒷전" 여야에 모두 쓴소리

혹한보다 싸늘한 설민심..'정치혐오'로 번진 양당제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설 민심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혹한보다 싸늘한 설민심..'정치혐오'로 번진 양당제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24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여야 모두 민생은 뒷전인 채 여당은 집안싸움, 야당은 당 대표 사법리스크에 빠진 데다 협치가 사실상 실종된 정치권의 현 상황은 거대 양당제의 폐단으로 귀결되면서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나 대통령제 중임제 등 개헌 등 정치개혁을 통해 하루빨리 바로잡기를 바라는 민심도 적지않았다.

24일 본지가 설 연휴 명절 나흘간 전국 민심을 직접 취재한 결과, 정치권을 향한 설날 민심은 여야의 아전인수격 해석이 무의미할 정도로 처참했다. 시민들은 고물가·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파고에 휩쓸려 허우적대고 있는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국 주도권 싸움에만 매진 중인 정치권을 향해 강도높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기업이나 가계 등 민생경제가 갈수록 어려워 서민들은 말그대로 죽을 맛인데 정치권은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고, 뒤로는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대다수였다.

충남 예산에 사는 자영업자 김모(43세·남성)씨는 "여당은 저출산, 고령화, 환경 문제 등 시급한 과제가 쌓여있는데 건설적인 논의나 대책은 마련 안하고 자기들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며 "사법리스크가 있는 자를 대표로 세운 민주당은 결국 모든 인력과 당의 힘을 이재명 지키기에 쓰고 있는데 잘하냐 못하냐를 논할 수준조차 되지 않아 둘 다 싫다"고 말했다. 광주에 사는 회사원 양성창(32)씨는 "지금 정치하는 것을 보면 1%라도 했다면 잘한다는 생각이 들텐데 그것도 안되니까 불만"이라면서 "법안이 많이 발의되지만 추진하는 것도 다 밥그릇 싸움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인천 출신의 직장인 채모(34·남성)씨도 "지금 여당에 불만인 점은 너무 정부의 하수인이 됐다는 것이고 민주당도 당 대표 리스크여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가장 슬프다"고 토로했다.

정치개혁엔 그나마 희망의 목소리

그나마 시민들은 국회에서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개헌 등 정치개혁 논의가 시작되는데 한 줄기 희망을 드러냈다. 고강도 정치개혁을 통해 당리당략에 치우쳐 정쟁에만 몰두하는 현재의 정치권력 구조를 송두리째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현재 자기 진영만 옳고, 상대방은 틀리다는 거대 양당제의 폐단을 끊고 발전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선진국형 정치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광주에 사는 교사 김모(45·남성)씨는 "영,호남 모두 한쪽에 편중되다보면 지역 발전에 한계가 생길 것이라 중대선거구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한 60대 직장인(여성)은 "정치개혁 중에 개헌은 찬성하고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5년 중임제를 찬성한다"며 "지금 정치를 개혁해서 다른 시대로 나아가야 하는 건 동의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부산에 사는 20대 회사원(남성)은 "정치개혁에 대한 일정 부분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아직 경제와 안보가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