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Y. 테슬라코리아 제공
[파이낸셜뉴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쏘아올린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자동차 업체로선 온라인 판매가 정착만 된다면야, 오프라인 판매 유지 비용을 줄이면서 '가격 정찰제'로 공급자 우위 구조를 가져갈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현지 사업 리스크를 줄인다는 점은 수입차들에겐 매력적인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변화에 '수용성'이 높은 한국시장을 온라인 판매의 테스트베드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 코리아 온라인 주문. 캡쳐
혼다, 韓에서 100% 온라인 판매로 전환
25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올 봄부터 '100% 온라인 판매·가격 정찰제'로 완전히 전환한다. 기존 딜러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혼다 매장은 '쇼룸화'하고, 실제 계약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혼다 어코드'로 한국 시장에서 적지않은 팬덤을 거느려온 혼다코리아는 2019년 한일관계 악화로 촉발된 노재팬 운동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과거 연 1만대 이상이었던 판매 대수는 지난해 3000대에 불과했다.
혼다코리아는 절치부심 끝에 올해 신형 CR-V를 필두로 상반기 2종, 하반기 3종 등 총 5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온라인 판매 전환은 수익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비 수입차 고객들에게 보다 많은 노출 기회를 확대한다는 점도 온라인 판매의 이점으로 지목된다. 혼다코리아는 차량 정보 제공과 시승 예약, 잔금 결제 등 모든 과정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올 봄 새로운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한국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고, 앞으로는 365일, 24시간, 어디에서나, 같은 가격으로 혼다의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완전 전환은 호주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딜러들로선 직판 체제 전환에 반발을 가질 수 있다. 이와 관련 혼다 측은 "딜러들과 협의를 마무리 했다"고 설명했다.
혼다 자동차 로고. AP뉴시스
벤츠도, BMW도 GM도 온라인 병행
온라인 판매는 테슬라, 폴스타 등 전기차 브랜드들이 선보인 판매 방식인데, 최근엔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선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이 온라인 계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벤츠는 고객이 '벤츠 온라인샵'을 통해 딜러사가 판매하는 신차와 인증 중고차의 계약 과정까지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이후 계약서를 작성하고 잔금을 치르는 것은 딜러사를 방문해야 한다.
지난 20일에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매월 20일'에 온라인 전용 한정판을 출시하겠다며, 첫 차종으로 3억 원대 마이바흐(메르세데스-마이바흐) 24대를 온라인 스토어(메르세데스-벤츠 스토어)에 올려놨는데, 1시간 30분 만에 완판(완전판매)이란 대기록이 나왔다.
1시간 30분 만에 온라인에서 완판된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580 4MATIC 블루 스타 더스트 나이트.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580. 메스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온라인 스토어에서 예약금 100만 원을 결제하고 출고 희망 전시장을 선택하면 계약이 완료되는 방식이다. 이후 본 계약과 출고 등 절차는 예약자가 선택한 전시장에서 이뤄진다. '반만 온라인' 계약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3억원 대 초고가 차량이 삽시간에 온라인에서 완판됐다는 점은 수입차 업계에 온라인 판매의 가능성을 제시해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요하네스 슌 벤츠코리아 제품·마케팅·디지털비즈니스부문 총괄 부사장은 "첫 온라인 스페셜 모델 완판을 통해 벤츠 브랜드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매달 선보일 온라인 스페셜 한정판 모델에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BMW와 MINI(미니)도 온라인에서만 출시하는 한정 모델을 내놓고 있다. 이 역시 온라인에선 계약금을 결제하고 딜러사에서 잔금은 결제해야 하는 방식이다. 볼보는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비대면으로 소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폭스바겐은 현재 전기차 ID.3 등을 인터넷으로 주문받고 있다.
지난해 2월 현대차가 일본에 재진출 기념 언론발표회를 열었다.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5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뉴스1
딜러사들 "역할 축소" 우려
수입차 업계의 온라인 직접 판매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소비자와 수입차 회사 사이에 낀 기존 딜러들의 역할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 딜러사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형 수입차 딜러는 "당장 온라인 판매가 대세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고객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딜러의 전통적인 역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딜러사 관계자는 "수입차 업계가 온라인 직접 판매를 확대할 경우, 딜러의 역할이 크게 위축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온라인 판매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량 판매를 전담하는 '딜러 노조(판매 노조)'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현대차는 지난해 11년 만에 전기차 아이오닉5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 재진출하며, 일본 현지에 온라인 판매라는 새로운 판매 방식을 선보인 바 있어, 온라인 판매 전환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지엠은 올해 들어올 GMC의 시에라를 100% 온라인 판매한다.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은 기존 오프라인 위주의 판매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코리아도 'XM3'의 사전계약 일부를 온라인 판매로 시행한 바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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