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나서 재투자 방안 추진
예상과 다른 흐름에 NPL업계 당혹
"구조조정 미뤄 부실 더 커져" 지적
정부가 5대 금융지주와 대주단 협의체를 꾸려 금융취약 고리로 지목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장에 나서면서 부실채권(NPL) 시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큰 장'이 설 것이란 예측이 현재까진 빗나가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금융위기급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은행을 포함해 금융권은 지난해부터 NPL 투자를 준비했다. 업계 1위 연합자산관리(유암코)를 비롯해 하나금융 계열사 하나F&I, 대신 F&I 등이 진용을 정비했다. 우리금융은 새로 NPL투자 전문계열사 우리 F&I를 만들어 자본금 2000억원을 투입하며 NPL 시장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미 141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실대출이 2025년까지 연장된 데 이어 PF까지 연장되면서 NPL 시장을 통한 사전 구조조정이 물 건너간 것은 물론 오히려 '부실의 댐'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끊임없는 구조조정 미루기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5대 금융지주를 불러모아 15년 만에 대주단 협의체를 꾸리면서 PF시장 자금경색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주단은 PF 금융을 실행한 금융사들로 이뤄진다. 부실 PF에 금융지주들이 돈을 공급하면 어렵지 않게 대출 만기가 연장되는 셈이다. 이는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NPL 시장 관점에서는 출회를 예상했던 매물들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대거 유보된다는 의미가 된다.
NPL은 차주가 돈을 빌렸다가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넘게 연체한 채권을 말한다. 불황을 먹고 사는 NPL 투자는 구조조정의 다른 이름이다. 저렴한 가격에 확보한 부실채권 중에서도 회생할 수 있는 채권을 추려 재무구조를 개선해 되파는 구조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3년 경기침체기에 어김없이 NPL 규모가 급증했다.
지난 10년간은 경기 호황으로 NPL 시장은 정체돼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0조원 규모였던 부실채권 규모는 2000년대 초·중반 1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25조원 규모로 불었다. 그러다 지난해 다시 10년 만에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외환위기 직후 약 13%였지만 현재는 0.5% 이하다. 이는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됐다기보다는 은행권 금리인하나 대출만기 유예 등으로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NPL업계 "구조조정돼야 선순환"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상환을 2025년까지 유예한 데 이어 위태로운 부동산 PF 대출의 만기 연장과 재투자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장 활성화를 기대했던 NPL 업계에는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부터는 PF NPL 매물들이 나올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했는데 금융당국이 전액 만기연장을 결정하면서 NPL 시장도 다시 얼어붙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이 보유한 PF 대출은 30조원 규모다. 최근 열린 대주단 협의체에서는 이 중 대부분인 27조~28조원을 사실상 연장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증권사 등이 아닌 은행이 가진 PF는 살리자는 의미다.
최근 PF 선순위 대출 금리는 7%를 넘은 지 오래다. 단기자금, 즉 브리지론의 경우 10%, 최대 20% 이상의 금리를 제시하는 금융기관도 있다.
중순위 또는 후순위 채권의 경우 시공사에 신용보강 또는 담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PF 선순위 대출채권의 매각을 추진하는 시중은행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할인율을 20% 이상 제시하는데도 움직이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융권이 보유한 140조원의 PF 가운데 고위험 사업장(17조2000억원)과 아파트 외 사업장(55조7000억원) 등이 제외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