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인상 이어 공공요금까지”
팍팍해진 살림살이 곳곳서 성토
강원, 환경 등 규제완화 기대감
경기, 이재명 검찰 수사에 촉각
다시 일상으로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서울역에 도착한 귀경객들이 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전국 종합】 계묘년 설 연휴 기간에 지역 민심은 민감한 정치 문제보다 서민 생계와 직결된 경제에 더 쏠렸다. 야당 대표의 검찰 수사와 이와 관련된 여야 간 첨예한 정쟁을 지켜본 서민들은 가족 간 다툼이 될 수 있는 정치 이슈를 명절 모임에서 꺼내길 꺼리는 분위기도 엿보였다.
21~24일 설 연휴 동안 전국의 민심은 최근 급격히 오른 장바구니 물가와 공공요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지난해 말까지 8개월 연속 5%대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인 소비자물가,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난방비·온수비 부담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
■팍팍해진 장바구니 물가 걱정 앞서
대전·충청지역 민심은 살림살이가 주된 주제였다. 대전 동구에 사는 우순희씨는 "이번 설에는 밀가루와 각종 야채 값이 두 배 가까이 올라 장보기가 머뭇거려졌다"면서 "앞으로 다른 품목들의 물가도 줄줄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세종 보람동에 사는 정소영씨는 "전기요금과 난방비 비중이 커지면서 한번도 30만원을 넘지 않았던 아파트 관리비가 이달에는 40만원 넘게 나왔다"면서 "한번 오른 공공요금은 내려가지 않는 만큼 더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강원도는 정치보다 경제회복에 대한 민심의 목소리가 유독 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침체된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데다 물가도 급격히 오르면서 서민경제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춘천에 사는 김상수씨는 "3년 만에 온 가족이 모였지만 정치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었고 먹고사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며 "특히 요즘 마트에 가면 10만원으로 살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얘기에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오는 6월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에 대한 기대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다. 횡성에 사는 이철희씨는 "강원도 경제가 내내 어려웠던 이유는 각종 규제 때문이었다"며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 환경, 산림, 농지, 국방과 관련된 과도한 규제가 풀린다고 하니 기대를 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팍팍해진 삶의 고단함을 호소하며 정부와 정치권에 민생안정 대책을 바랐다.
특히 도시민은 겨울철 난방 등으로 사용이 많은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단연 화제가 됐다. 한 지역민은 "지난해 가스 사용량이 가장 많은 2월에 200㎥가량을 사용해 요금이 14만여원 나왔는데, 올 1월에는 그보다 적은 180㎥가량을 사용했는데도 요금은 18만원 가까이 나왔다"면서 "라면 등 각종 생필품 가격 인상에 이어 공공요금까지 치솟아 정말 힘들다"고 전했다. 농촌이 많은 전남에서는 농자재·비료·사료·기름값은 줄줄이 오르는데 소 값과 쌀값은 크게 하락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호소가 잇따랐다.
■경기도민, 검찰 수사에 촉각
다만 경기지역의 설 명절 이슈는 전임 경기도지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특혜 의혹 등을 둘러싼 검찰수사 결과에 집중됐다. 각종 의혹들이 경기도를 배경으로 이루어졌고, 이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검찰수사 결과 역시 경기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당선으로 지방정권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전임 지사의 사법처리 여부가 민선 8기 경기도정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김 지사는 자신의 '흙수저 신화'를 연일 강조하면서 차별화 전략에 나서고 있는 상황으로, 모든 특혜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대규모 사업보다는 복지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설을 맞은 전북에서는 오는 4월 5일 치러지는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관심이 쏠렸다.
이상직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며 생긴 자리다. 특히 전통적으로 진보 정당이 강세인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사고지역구 무공천을 결정한 터라 당선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김경민 전 전주시장 후보(국민의힘), 김호서 전 전북도의장(무소속), 임정엽 전 완주군수(무소속), 정운천 국회의원(비례·국민의힘) 등이 후보로 나서 다자대결이 예상된다.
김기섭 황태종 장충식 김원준 노진균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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