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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특별 충당금 쌓아라" 정부 입김 세진다 [은행 특별충당금 쌓는다]

금융위, 은행업 감독개정 추진
상반기 '특별 대손준비금' 도입
적립 부족한 곳에 요구권 명문화
부실지표 좋아졌지만 착시 우려
손실흡수능력 사전 확충하기로

정부가 앞으로 국내 은행들이 그동안 적법한 절차에 따라 쌓아온 대손충당금과 준비금에 대해 더 강한 적립기준을 마련한다. 코로나19 이후 금융당국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은행들에 충당금을 충분히 쌓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법적 또는 절차적으로 근거 없이 구두로 요구했던 것을 은행감독 규정을 변경해 문서화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이 다가올 위험을 충분히 대비하기보다는 주주이익과 현재 최고경영자들의 업적에 따라 충당금 등을 고무줄처럼 쌓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과도한 관치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안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오는 3~5월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를 거쳐 올 상반기 내 시행될 예정이다.

대손충당금은 예상손실에 대비해 은행이 회계기준(IFRS9)에 따라 이익 중 일부를 떼어내 쌓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만약 대손충당금이 은행업감독규정에 명시된 대손충당금보다 적을 경우 대손준비금을 쌓아 이를 보완한다. 현행 은행업 감독규정상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의 최소 합산액은 대출채권의 건전성 분류(정상여신 0.85%, 요주의 7%, 고정 20%, 회수의문 50%, 추정손실 100%)로 산출한 금액의 합으로 규정된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규정이 경기상황에 대한 탄력적 대응을 어렵게 한다고 판단하고 특별 대손준비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대손충당금·준비금의 적정성을 평가한 뒤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은행에 추가로 대손준비금을 쌓도록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미리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금융감독원이 적립을 요구하고 금융위원회에 보고할 수 있다. 또 은행업 감독규정에 은행의 예상손실 전망모형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이에 은행들은 매년 독립적인 조직의 검증 등을 통해 적정성을 점검해 그 결과를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점검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최근 개선세를 보이는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과 부실채권 비율이 코로나19 지원조치에 따른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당국의 우려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국내은행 총여신은 2017년 1776조원에서 지난해 9월 기준 2541조1000억원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부실채권 비율은 1.19%에서 0.38%까지 떨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저금리 기조, 코로나19 지원조치를 위한 여신지원은 지속해 늘어났음에도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의 금융지원 조치가 이어졌다"면서 "부실채권 비율 등의 지표에 아직 예상부실이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어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민간기업으로서 기존 절차에 따라 충당금과 적립금을 쌓고 있는데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하게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