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세상이다. 유튜브에서는 내가 시청한 영상을 참고해 추천영상을 보여주고, 넷플릭스는 가입 당시 설정한 관심 데이터에 맞춘 콘텐츠를 화면에 띄워준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사용자의 취향과 습관에 맞춰 주기적으로 추천곡을 올려준다.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검색 결과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현재 쇼핑 등 일부 영역에서 사용자의 트렌드와 관심사를 반영한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2024년까지는 개인 맞춤형 검색(에어서치)으로 완전히 전환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검색의 이유까지 판단해 불필요한 결과를 제외한 '엑기스'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모두 초개인화 시대에 에너지 낭비를 막고 사용자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들이 친절하기는 하지만 무작정 감사하기에는 꺼림직한 면이 없지도 않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개인의 관심사와 취향을 특정 영역에서 붙잡아 두고 있다는 걱정이 든다. 보고 싶은 것만, 좋아하는 것만 보여주다 보니 자신이 가진 신념이나 사고의 틀을 한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극단적인 경우 우리 사회 전반에 '반향실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향실은 방송이나 녹음을 할 때 인공적으로 메아리를 만들어 내는 방을 말한다. 소리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내부에서만 울리게 되는데,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들의 요구에 맞는 뉴스나 정보만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집착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여서 '반향실 효과'라는 말이 생겨났다.
반향실 효과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정치인데 반향실 효과를 극도로 유발하는 매개체가 된 것이 유튜브다. 진보나 보수 진영의 유튜버가 올린 콘텐츠를 시청하면 마지막에 비슷한 성향의 주제를 다루는 추천영상들이 유튜브 화면을 채운다. 진보진영 유튜버의 영상을 시청하면 또 다른 진보진영 콘텐츠를, 보수 유튜버의 영상을 보면 다른 보수 유튜버의 영상을 구독하게 유도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자신의 정치성향이나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만 시청하면서 결과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게 된다. 정치적 반향실, 사회적 반향실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가짜뉴스가 통하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자신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해주니 통쾌하고 짜릿하게 느껴진다. 그것도 과거처럼 SNS나 블로그 같은 텍스트가 아니라 유튜버가 버젓이 얼굴을 드러내고 그럴듯한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면 더더욱 믿음이 간다. 그리고 이런 영상 뒤에는 또다시 비슷한 유형의 유튜브 영상이 추천으로 올라온다.
우리 사회처럼 진보와 보수가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보고 싶은 영상만 보게 되는 셈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이해하기엔 지금의 사회는 너무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고도화되는 플랫폼의 유혹에 넋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산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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