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위원 셀프 추천하고 평가
경영전략 넘어 미래권력 의결권도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정도 전권
CEO 최측근으로 모두 구성 가능
임기. 임무를 맡아보는 일정한 기간이라는 뜻이다. 핵심은 일정한 기간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 국회의원은 4년이다. 권력의 쏠림을 방지해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간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는 연임을 반복하며 10여년 동안 최고 권력자에 군림했다. CEO를 뽑는 이사회 속 사외이사들이 대표이사의 측근으로 채워진 탓이다. 이에 금융지주 회장 장기집권 문제의 이면에 뿌리내린 사외이사 제도의 맹점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기만료를 앞둔 주요 금융지주 CEO들이 모두 교체 수순을 밟으면서 '셀프 연임' 문제가 반복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 대다수 금융지주회사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 혹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CEO를 선출한다. 그러나 사외이사 중 대다수는 기존 CEO와 연관이 있고 사외이사를 뽑는 이사회의 구성원도 후임자를 내부에서 추천할 수 있다. 사외이사와 임원진을 최측근으로 꾸린 금융지주 CEO들이 10년 이상 장기집권을 이어온 데에 '그들만의 리그'라는 딱지가 붙은 이유다.
■이사회, ‘셀프 연임’에 후임 추천도
2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집권은 업계에서 당연시되는 관행이었다. 지난 2001년 첫 금융지주가 출범한 이후 금융지주의 회장들은 대부분 장기집권했다. 지난해 퇴임한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12년 취임, 4연임을 통해 지난해까지 10년간 회장직에 있었다. 윤종규 현 KB금융지주 회장은 2014년 취임한 후 3연임에 성공한 현재 9년 차 회장이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초대 회장 역시 4연임을 통해 9년간 재직했다.
견제 없는 장기집권의 비밀을 풀 열쇠는 이사회 구성과 선임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공시된 5대 금융지주의 2022년 상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KB국민 9명(사외이사 7명) △신한 14명(12명) △우리 9명(7명) △하나 10명(8명) △NH농협 10명(7명)이 이사회 내 각종 위원회를 도맡아 그룹 의사결정의 키를 쥐고 있었다.
5대 그룹 이사회 내 위원회는 △KB국민 8개 △신한 7개 △우리 7개 △하나 11개 △NH농협 5개 등 38개에 달했다. 회사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회장 및 대표이사추천위원회, 임원추천위원회, 사외이사추천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ESG 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등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
문제는 '현재 권력'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그룹 경영전략, 보상원칙을 정할 뿐 아니라 '미래 권력'에 대한 의결권까지 갖는다는 데 있다. 4대 금융지주 중 KB, 신한, 우리 등 3개 금융지주는 모두 지주 회장이 자회사 대표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사회가 이사회의 위원을 선임, 추천하고 평가하는 '셀프 추천' 구조 또한 드러났다. 특히 이사회의 보수도 이사회 의결로 결정하는데 상반기 기준 5대 그룹 52명의 이사 중 한 명도 반대한 적이 없었다. NH농협은 지난해 1월 이사회 내 위원 선임안을 전원 찬성으로 의결한 데 이어 사내이사 후보 자격검증안건도 참석한 전원 100% 찬성으로 의결했다.
■사외이사·감사위원도 이사회가 좌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쓴소리'를 해야 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또한 이사회가 좌우할 수 있다는 구조로 돼 있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고 견제 역할을 하기보다는 이사회 입김에 좌우될 소지가 있는 셈이다.
일례로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해 3월 사외이사, 감사위원 후보 등을 확정하고 다음달에는 사외이사 평가방법을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외이사 평가부터 후보 선정까지 이사들에게 '전권'이 있는 것이다.
5대 그룹이 이사 선출의 독립성,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관련,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제6조)'에 따라 요건을 충족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유명무실하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외이사 선임 배경에도 "재무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쌓은 최고의 전문가" "재무부와 재정경제부에서 오랜 기간 공직을 수행한 금융·경제·경영분야 전문가"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로 이사회 구성의 성별과 다양성 보완" 등 기준 또한 제각각이다. 이미 자사 내 다른 위원회에서 역할을 잘해서 계속 그룹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된다며 연임을 추천한다는 식의 이유도 많았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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