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 박정훈 박사팀
기존 정상세포는 건들지 않고, 활성산소 내뿜어 암세포 파괴
폐암·간암 실험 결과도 '주목'
원자력연구원 박정훈 박사팀이 새로 개발한 나노물질(왼쪽)이 실험쥐에 있는 15~20㎣ 크기의 대장암조직을 3㎣까지 작게 만들었다. 다른 물질을 주입한 실험쥐에서는 대장암 조직이 450㎣(오른쪽)와 99㎣까지 커졌다. 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박정훈 박사팀이 암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해 대장암 세포를 죽이는 암치료용 나노물질을 개발했다. 이 나노물질로 세포실험에서 암세포를 80% 이상 죽였을 뿐만아니라 동물실험에서도 대장암조직을 파괴해 7분의 1로 만들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암치료용 나노물질은 암세포에 원투펀치를 날려 죽인다. 또한 나노물질은 몸 속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처음 주입한 암세포에 달라붙어 정상 세포나 조직의 파괴를 최소화했다.
박정훈 박사는 30일 "이 나노물질은 비싸고 다루기 힘든 치료용 방사성원소를 대체한 것으로, 진단검사에 쓰이는 영상용 방사성원소도 충분히 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투 펀치로 암세포 제거
우리 몸 속 세포는 활성산소가 증가하면 세포속 DNA 등과 반응해 죽는다. 백혈구도 몸속으로 들어온 세균에 활성산소를 내뿜어 죽인다.
연구진은 활성산소를 내뿜는 물질을 만들기 위해 감마선이 나와 진단영상용으로 쓰이는 지르코늄89를 이용했다. 지르코늄89에서 나오는 감마선이 몸 속이나 고체, 액체물질에서 빛보다 빠른 속도로 방출되는데 이때 자외선으로 바뀐다.
우선 빛을 받으면 활성산소를 내뿜는 산화티타늄을 약 100㎚(나노미터, 10억분의 1 m) 크기로 만들고 그 안에 지르코늄89를 넣었다. 이렇게 하면 산화티타늄 안에 있는 지르코늄89가 자외선을 방출하고, 이 자외선을 받은 산화티타늄은 활성산소를 만들어낸다.
그 다음에 산화티타늄 나노입자 표면을 생체단백질인 트랜스페린을 코팅했다. 트랜스페린은 나노입자들이 서로 뭉치지 않게 해줄 뿐만아니라 처음 몸 속에 주입된 부위에서 다른 부위로 퍼지지 않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트랜스페린 위에 산화망간을 입혔다. 산화망간은 약산성을 띄는 암세포와 만나면 녹으면서 활성산소를 만들어낸다. 연구진은 이렇게 나노물질을 만들어 활성산소가 두번 내뿜게 했다.
■대장암조직 7분의 1로
연구진은 이 나노물질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산화티타늄과 트랜스페린으로 만든 나노물질과 여기에 산화망간을 입힌 나노물질, 산화티타늄 속에 지르코늄89를 넣은 나노물질을 대장암 세포에 넣어 관찰했다.
그결과, 산화티타늄과 지르코늄89, 산화망간이 결합된 나노물질이 암세포를 80% 이상 죽게 만들었다. 또 산화망간을 입힌 나노물질은 암세포를 약 40% 죽였다. 반면, 산화티타늄과 트랜스페린만으로 만든 물질은 암세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박정훈 박사는 "이 나노물질은 암세포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상세포도 죽인다"며 "동물실험을 통해 나노물질이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고 암조직에만 달라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세포실험에 사용했던 3가지 나노물질을 대장암에 걸린 실험쥐에 적용했다. 실험쥐는 처음 대장암조직이 15~20㎣ 정도였다. 대장암조직에 1, 6, 13일 등 3번 나노물질을 주입했다.
나노물질 주입 18일후 관찰한 결과, 산화티타늄과 지르코늄89, 산화망간이 결합된 나노물질은 대장암 조직을 3㎣까지 작게 만들었다. 반면, 아무것도 넣지 않은 실험쥐와 산화티타늄·트랜스페린만으로 만든 나노물질을 주입한 실험쥐에서는 대장암조직이 450㎣까지 커졌다.
산화망간을 입힌 나노물질도 약간의 효과가 있지만 대장암조직이 99㎣까지 커졌다.
연구진은 다음으로 폐암과 간암에 이 나노물질을 사용해 실험할 예정이다. 박정훈 박사는 "암조직이 DNA가 깨지면 다 죽게 돼 있기 때문에 방사선에 의한 자외선이 활성산소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다른 암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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