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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앞 인내심'...침팬지가 사춘기 청소년보다 강했다

'음식 앞 인내심'...침팬지가 사춘기 청소년보다 강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pixabay

[파이낸셜뉴스] 10대 침팬지의 인내심이 사춘기 청소년보다 더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침팬지를 대상으로 심리 실험 연구를 진행했는데, 앞서 사람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실험을 진행한 바 있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이달 23일 미국 미시간대 알렉산드라 로사티 교수팀은 콩고공화국 보호구역에서 태어난 야생 침팬지 40마리를 대상으로 충동성과 위험 감수 경향, 인내심 등을 측정한 실험 결과를 미국 심리학회(APA) 학술지에 게재했다.

침팬지는 진화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로 꼽힌다. 평균 수명은 약 50년이며 8~15세쯤에 사춘기를 겪는다. 이 시기 인간과 유사하게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경험하며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고,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한다. 이로 인해 공격성이 증가하는 모습을 종종 포착할 수 있다.

연구팀은 10대 침팬지와 어른 침팬지들을 대상으로 ‘음식 보상’을 이용한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로 충동성 및 위험 감수 경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준비물은 음식을 넣은 상자 두 개다. 상자 하나에는 땅콩을 넣었고, 다른 하나에는 바나나와 오이 중 하나를 무작위로 넣었다. 침팬지는 해당 음식에 대해 바나나, 땅콩, 오이 순으로 선호하고 있다. 특히 바나나를 압도적으로 좋아하며, 오이는 싫어하는 축에 속한다. 이번 실험으로 바나나를 얻기 위해 오이를 먹게 될 위험을 감수하느냐, 혹은 안전하게 2순위인 땅콩을 선택하느냐를 확인한다.

연구 결과 100대 침팬지는 어른 침팬지보다 바나나·오이 상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짙었다. 10대 침팬지의 위험 감수 경향이 어른 침팬지보다 훨씬 높은 셈이다. 어른 침팬지의 경우 안전하게 땅콩 상자를 고르는 빈도가 높았다.

다만 나이대를 불문하고 모든 침팬지가 상자에서 오이를 발견했을 때, 비명을 지르고 탁자를 치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이어 침팬지들의 인내심을 알아보기 위한 두 번째 실험이 진행됐다. 연구팀은 침팬지에게 당장 바나나 한 조각을 먹을 수 있지만, 1분을 기다리면 바나나 세 조각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마시멜로 실험’과 유사한 형태로 자제력, 통제력, 인내심 등을 확인한다.

연구 결과 10대 침팬지와 어른 침팬지 모두 비슷한 비율로 1분간 기다리는 쪽을 골랐다.
다만 10대 침팬지들은 기다리는 동안 불안·분노 행동을 훨씬 많이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람의 경우 비슷한 실험에서 10대 청소년들이 큰 보상을 위해 기다리기보다 당장 작은 보상을 선택하는 경향을 자주 보인다며 이번 결과를 통해 10대 침팬지의 인내심이 10대 청소년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연구진은 침팬지와 인간이 엄연히 다른 종이기에 행동을 비교할 때 주의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