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최대 석유메이저 엑손모빌이 1월 30일(현지시간) 지난해 사상최대 규모인 557억달러 순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2016년 9월 21일 몬태나주 빌링스의 엑손 빌링스정유공장. AP연합
미국 최대 석유메이저인 엑손모빌이 지난해 유가 폭등세에 힘입어 사상최대 순익을 기록했다.
엑손모빌은 1월 31일(이하 현지시간)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사상최대 규모인 557억달러(약 68조8000억원) 순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엑손모빌은 유가 상승에 따른 사상최대 순익에 힘입어 팬데믹 봉쇄 기간 수십억달러 손실을 모두 메우고, 미국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기업 가운데 하나로 재부상했다.
수익성 최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는 월스트리트 대형은행, 빅테크, 백신업체 화이자 등의 순익을 모두 뛰어넘는 기록이다.
이번 실적시즌에 지난해 4·4분기 실적을 공개한 마이크로소프트(MS)만이 엑손보다 많은 순익을 공개했을 뿐이다.
2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애플, 구글 모기업 알파벳만이 엑손보다 높은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40여년 만에 첫 손실
엑손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고전했다.
팬데믹 봉쇄 충격으로 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석유시장이 붕괴된 탓에 엑손은 2020년 22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40여년 만에 첫 손실이었다.
그 해 엑손은 대형 우량주 30개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 내쫓기는 수모도 당했다. 약 100년 만에 지수에서 빠졌다. 2020년 한 해 엑손 주가는 55% 폭락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행동주의 투자자 엔진넘버원(Engine No. 1)이 엑손의 재무구조를 혹평하고, 엑손이 어떤 장기전략도 없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총회 싸움까지 걸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그러나 지난해 상황이 돌변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전세계 경제가 반등하는 와중에 석유·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다.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틀어막고, 유럽이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에 나서는 등 석유·가스 시장이 혼란을 겪었고, 엑손은 돈을 갈쿠리로 쓸어담았다.
주가 상승률 4위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와중에 엑손 주가는 지난해 80% 폭등했다.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가운데 네번째로 주가가 많이 올랐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대대적인 지분 인수에 나선 독립 석유업체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석유탐사업체 헤스코퍼레이션, 마라톤페트롤리엄만이 엑손보다 주가가 더 올랐을 뿐이다.
주가 상승률 최고 업체가 모두 석유·가스 관련 업체였다.
비용 상승
그러나 이날 엑손 주가는 개장전 시장에서 3.3% 하락했고, 정규거래에서도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사상최대 순익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가가 하락하는 등 주변 상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시추 비용 폭등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인해 석유·천연가스 생산 비용이 크게 뛰었다.
써드브릿지 애널리스트 피터 맥낼리는 이날 분석노트에서 미국의 업스트림 자본지출이 지난해 전년비 60% 넘게 늘었지만 석유·가스 총 생산 규모는 지난해 4·4분기에 전년동기비로 실제로는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투자가 늘었지만 생산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이 늘었음을 뜻한다.
업스트림은 석유·가스를 찾아내고, 시추하거나 추출하는 업체들을 일컫는 말이다.
뽑아낸 석유와 가스를 정제하는 산업은 다운스트림으로 부른다.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중간을 연결하는 석유·가스 운송 업체는 미드스트림이다.
한편 앞서 27일 엑손에 이은 미 2위 석유메이저 셰브론 역시 지난해 사상최대 규모인 355억달러 순익을 거뒀다고 발표한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