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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입찰 과정에서 이른바 '들러리 업체'를 세워 담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약·유통업체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박정길·박정제·박사랑 부장판사)는 1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녹십자와 외국계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법인에 각각 벌금 70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령바이오파마와 유한양행 법인은 각각 벌금 5000만원, SK디스커버리와 광동제약 법인에는 각각 벌금 3000만원이 선고됐다.
입찰 담합에 가담한 제약사 전·현직 임직원 8명에게는 벌금 300만~5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범행은 국가예방접종에 사용되는 입찰의 공정성을 해하는 것으로 공익에 반하는 범죄"라며 "백신 제조사들과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조직적·지속적 담합으로 인한 매출액도 상당한 액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각 범행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공급 확약서' 제출 제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점, 입찰에 앞서 가격이 미리 공고됐던 만큼 가담 업체들이 취득한 전체 부당이익 액수는 그리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공급 확약서 제출 제도는 정부 입찰에 참여하려면 제약사로부터 납품을 약속받았다는 확약서를 제출토록 하는 제도다.
이들은 2016~2019년 정부가 발주한 자궁경부암 백신 등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이른바 '들러리 업체'를 세우는 수법으로 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한 혐의를 받는다.
제약사들은 "백신은 공동판매 계약에 따라 독점공급권이 부여된 만큼 입찰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구조로, 공정거래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백신 유통업체들과 체결한 공동판매계약 문헌에 의하면 공동판매사가 반드시 유통채널에서 최종 판매자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실제로 공동판매사가 아닌 업체가 입찰에 참가해 낙찰받은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구매방식 입찰 방식으로 이뤄진 만큼 수천개 병의원에 백신을 적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의 시스템을 갖춘 공동판매사들만 낙찰받을 수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백신 유통 능력에 관한 법정 진술에 의하면 백신 유통은 위탁방식도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여 전국유통망을 갖췄는지 여부가 낙찰자를 정할 때 결정적 요소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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