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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U의 '탄소국경세 장벽' 넘으려면

[기자수첩] EU의 '탄소국경세 장벽' 넘으려면
"개별 기업의 노력으로는 대응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국경세는 정부 간의 통상을 통해 조율하게 되니까요."

얼마 전 철강업계 관계자에게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관련 어떤 준비를 하는지를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탄소저감이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국제 규제에 대한 협상과 요구는 정부의 역할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CBAM은 EU에 수출되는 제품 중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 등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최근에는 미국과 영국 정부까지 CBAM과 유사한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탄소감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

특히 국내 철강산업은 CBAM 본격 시행 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기준 대EU 철강 수출액은 43억달러(약 5조600억원)로 그 규모가 상당한 데다 탄소배출이 많은 고로 공정의 비중도 68%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CBAM 적용으로 철강업계에 연간 1억3500만달러(약 175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관세율로 환산하면 2.7%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셈이다.

문제는 준비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부담금 부과는 2026년부터 적용되지만 당장 올해 10월부터 제품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국내 철강사들은 저탄소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탄소배출이 아예 없는 쇳물생산 기법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들의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 민관 총력전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전환 대응은 개인이나 기업 단위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달 11일 '철강산업 탄소규제 국내대응작업반'을 출범시키는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선 바 있다. EU의 탄소국경세가 무역장벽으로 기능하지 않도록 정부와 산학연이 공조해 수출 타격을 막아야 할 때다. 아울러 스스로 대응이 어려운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탄소중립 계획 수립, 탄소배출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등 다양한 지원책도 뒷받침돼야 한다.

yon@fnnews.com 홍요은 산업IT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