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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세사기 더는 발 못 붙이게 끝까지 뿌리 뽑아야

[fn사설] 전세사기 더는 발 못 붙이게 끝까지 뿌리 뽑아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 대책 관련 부동산관계장관회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화상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가 2일 합동으로 전세사기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종합처방책을 내놨다. 무자본 갭투자·악성 임대인 퇴출이라는 선제적 대응책과 피해임차인 구제라는 두 가지 방안이 뼈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반환보증 전세가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춘 건 조직적인 전세사기를 막기 위함이다. 공인중개사에게 임대인의 세금, 이자 체납 등 신용정보를 열람할 권리를 부여한 점도 악성 전세사기 예방책이다. 전세사기 피해대책 중엔 기존 전세대출을 연 1∼2%의 저금리 대환 대출로 갈아타는 상품이 눈에 띈다. 정부가 부동산가격 급등기에 활개를 쳤던 전세사기 예방과 지원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신속한 시행과 보완 작업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정부 의지에 발 맞추어 국민의힘이 전세사기 방지 6대 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겠다고 밝힌 건 고무적이다. 집주인 동의가 없어도 보증사고, 세금 체납 등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사기뿐만 아니라 전세시장에 드리운 잠재적 불안요인도 살펴보면서 해소책을 고민해야 한다. 우선, 전세공급 주체인 임대인의 신용 리스크다. 집값 하락세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거나 계약파기로 이어지면 임차인과 배상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이 10% 떨어지면 집주인의 11.2%는 금융자산을 처분하고 빚까지 내야 보증금 하락분을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7%의 집주인은 금융자산을 팔고 추가로 돈을 빌려도 보증금 하락분을 막아낼 수 없다.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해 월셋값 급등을 낳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월셋값 상승은 주거비 부담이 늘어 소비여력이 낮아진다는 점을 뜻한다. 전세와 월세 수요의 역전현상은 지난해부터 수치로 확인됐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체결된 임대차계약 가운데 월세계약이 51.9%를, 전세 비중은 48.1%를 기록했다.


전세는 우리나라에서 유달리 선호되는 거주 유형이다. 전세보증금은 서민과 중산층의 안정적 거주공간이자 자산을 불리기 위한 목돈이다. 정부는 전세시장의 이상 움직임은 없는지 면밀히 관찰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대책을 신속히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