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영공 침범 정찰풍선 미스터리
미국 몬태나 상공서 비행물체 발견
방공망 허점 찾는 역할 했을수도
"트럼프 정부때도 두 차례 발생"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대서양 연안의 서프사이드비치에서 4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망원경으로 중국 '스파이 풍선'을 관측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미군이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한 모습. 로이터 뉴스1
미국이 4일(이하 현지시간) 자국 대서양 동부연안에서 전투기로 격추한 기구를 놓고 미국과 중국간 설전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이 기구가 '기상관측용 비행선'으로 방향을 스스로 조종하는 능력이 제한적이라면서 바람에 떠밀려 궤도를 벗어나 미 영토로 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의심할 바 없는 '스파이 풍선'이라면서 중국이 미 군사시설을 염탐할 목적으로 보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 풍선이 격추돼 잔해가 수거되고 있어 실제로 정밀 관측 장비를 실은 '스파이 풍선'이었는지 아닌지 여부가 조만간 판가름 날 전망이다.
■미 군사시설 탐지했나?
이 기구는 미 군사시설 상공을 비행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하다. 기구 특성상 천천히 이동하면서 미국 주장처럼 미 군사시설들을 조목조목 촬영했을 수도 있다. AP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 풍선에 센서, 감시 장비들이 달려 있다면서 조종도 가능해 방향도 스스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구가 처음 일반에 알려진 장소인 몬태나주는 미 서부의 핵탄두 저장시설이 밀집한 곳이다. 이때문에 미국은 기구 격추를 결정했다.
미 국방부를 비롯한 행정부 관리들은 이 기구가 스쿨버스 3대 크기 만한 중국 스파이풍선이라면서 약 6만피트(약 1만8600m) 상공에서 미 동쪽을 향해 날아갔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몬태나 상공에서 발견되기 이전부터 이 기구를 추적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이 기구가 알래스카 미 영공에 진입하기 전에 기구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백악관과 국무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기구에 대해 보고받았고, 앤터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웬디 셔먼 부장관이 이 문제에 관해 1일 밤 워싱턴 중국 고위 관계자들과 논의했다.
미 기업연구소(AEI) 초빙연구원인 존 페라리 예비역 장군은 비록 이 풍선이 무장하지 않았다고 해도 여전히 미국에는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페라리는 이 기구가 미 영공을 비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의 위협 감지 능력을 시험하는 용도가 될 수 있다면서 미국의 방공망 허점을 찾는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중국이 고고도 첩보 위성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저주파 라디오 주파수를 탐지했을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저주파 라디오 주파수 탐지를 통해 미 무기 통신 시스템이 얼마나 다른지를 파악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그는 우려했다. 페라리는 중국이 미국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했다면서 다음 번엔 이 풍선에 무기가 실려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람따라 미국에 흘러들었을 수도
시애틀 워싱턴대(UW)의 대기화학 교수 댄 재프는 중국측 주장처럼 이 기구가 편서풍을 타고 미 영공에 진입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프 교수는 지난 20년간 중국 도시 매연, 시베리아 산불 매연, 고비사막 황사가 미국에 유입되는 과정에서 편서풍이 같은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편서풍을 타고 기구가 미 영공에 진입했다는 주장은 틀리지 않은 주장이라면서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 기구가 날아오는데 약 1주일이 걸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고도가 더 높다면 더 빨리 날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프 교수는 또 기상관측 기구의 궤도 제어능력은 천차만별이라면서 아무런 제어능력이 없는 것부터 제한적인 제어능력이 있는 기구까지 정밀도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편서풍을 타고 왔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고 해도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편서풍의 성질을 이용해 미 군사시설 첩보 수집용으로 기상관측기구로 위장한 스파이풍선을 띄웠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3일 중국이 이전에도 스파이 풍선을 사용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에도 두 차례 이런 일이 있었지만 대중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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