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핵심은.. 銀 견제 또 견제
이사회 견제역할 강화 등 금융 '책임경영 문화' 조성
이복현 "銀 단순히 영리추구하는 곳 아냐" 상생 강조
금감원, 銀 이사회 연 1회 면담에 경영진 감시기능 점검
지주 사외이사 역할 제고 위해 주제별 간담회 등 개최
경영진 성과보수체계·각 사업부문장 책임도 점검
[파이낸셜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금감원제공
향후 금융 감독당국과 은행 이사회 간 최소 연 1회 면담을 실시해 현안과 리스크 취약점을 공유하게 된다. 또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경영진 감시기능 작동 여부에 대한 실태도 점검한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그동안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사회를 정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은행은 공공재"라며 금융사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를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일 '2023년 업무계획'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공재 측면이 있는 은행의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이사회 기능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핵심은 금융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을 강화다. 최근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한 금융지주와 KT, 포스코 등 소유구조가 분산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관련한 여러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들의 지배구조 선진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로써 향후 은행에 대한 개혁 요구 수준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사회 기능 강화해 경영진 견제
금감원은 이날 올해 업무계획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위기상황 및 금융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따뜻하고 고정한 금융환경 조성을 목표로 4대 추진전략과 12개 핵심과제를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4대 추진 전략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전방위적 대응 강화 △민생금융 감독 강화 및 금융의 사회안전망 기능 제고 △금융사업의 지속가능한 혁신 및 미래성장 지원 △금융회사 책임경영 문화 조성 및 건전한 금융질서 확립 등이다.
올해 업무계획 주요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금융회사 책임경영 문화 조성'이다. 12개 핵심과제 중 하나인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 강화에는 은행의 공적 기능을 강조하는 당국의 금융정책 기조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 은행의 지배구조가 공정·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협의해 △사외이사 지원 인력·조직 강화 △경영승계시 검증체계 표준안 마련 △사외이사 평가체계 개선 등 이사회 기능을 제고할 방안을 만든다.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인행하거나, 지주 사외이사가 주요 지배구조 이슈에 적극 참여토록 주제별 간담회를 여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이사회 구성부터 의사결정까지 돕겠다는 것인데 실질적으로는 '이사회가 얼마나 견제기능을 잘하는 것인지', '친(親)CEO 인사들로 구성된 건 아닌지' 등을 들여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은행의 공공 책무를 고려해 성역처럼 남아있던 경영진 성과보수체계도 손 본다. 금융그룹 사업부문장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들여다보고 의사결정절차 운영도 개선한다. 이사회뿐 아니라 경영진 성과보수와 권한 범위, 의사결정 절차까지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고칠 것은 고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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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수익성만 추구하면 외면받아"
이 원장의 발언에도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배어있다.
이 원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한 윤 대통령 발언과 관련 "은행의 공적 역할에 대해 금감원장 취임 초기부터 그런 생각이 있었고 대통령 말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은행은 단순히 영리추구 뿐 아니라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여를 해야 한다. 영업이익 10조원 이상 나올텐데 은행의 구조적 독과점 시스템에 비춰 볼 때 전부 주주와 임원들의 성과금으로 배분하는 게 맞나. 상생과 연대의 정신으로 나눠야 한다"라며 고금리 상황에서 고통분담을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이사회 운영과 관련해서는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도 많지만 친소관계로 인한 이사회 잔류나 안건내용이 승인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기능하려면 개별 이슈를 잘 이해하고 판단하는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3월 주주총회에서 8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70%가 물갈이되는 상황에서 사외이사의 '견제기능'을 강조한 발언으로도 해석됐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두고는 "현재의 금융지주 회장 롱리스트보다 고도화된 기준이 필요하다. 국민경제의 중요성, 업무범위에 비춰서 '블랙박스'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아예 공론화시켜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 "은행들이 일종의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역할은 소홀히 한 채 과도한 수익성만 추구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어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게 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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