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오후 관내 술에 취한 시민을 놔둔 채 철수했다가 사망사고가 발생한 서울 동대문경찰서의 한 파출소를 점검차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경찰 총경 보직인사를 놓고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경찰국 반대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이 전부 '한직'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 탓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대파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원칙에 의거한 인사"라 주장했지만 경찰국 반대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권력 남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직이 왜 계속 뒤로 가나" 내부 반발 거세
7일 경찰에 따르면 내부 게시판인 '폴넷' 등에는 지난 2일 단행한 인사가 총경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보복성 좌천 인사라는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경찰관 A씨는 "세상이, 사회가, 조직이 왜 계속 뒤로 가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또 경찰관 B씨는 "이번 인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며 "혹시나 했더니 역시 나로 끝난다"고 토로했다.
지난 2일 총경급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대파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불만이 나온 바 있다. 이는 이번 총경급 인사 때 총경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총경급 상당수가 '한직'으로 평가되는 보직에 발령됐다.
특히 총경 회의 참석은 물론 평소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경찰 개혁과 관련해 소신 발언을 이어왔던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의 발령이 가장 대표적이다. 수사 정책 업무에 능통한 이 팀장은 경력과 무관한 경찰인재원 교육행정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경찰청 소속 서장으로 유일하게 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김종관 서울 남대문서장도 경찰대학 교무과장으로 발령됐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총경(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기념공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2일 단행된 총경급 정기 전보인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심사숙고 결과" 청장 해명에도 "길들이기" 비난
이에 윤 청장은 원칙에 의한 인사라며 논란을 잠재웠다. 윤 청장은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직 인사를 위해서는 다양한 점을 고려한다"며 "대·내외 다양한 평가와 함께 세평도 들었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오랜 기간 (인사에 대해)종합했고 심사숙고해 이같은 인사결과를 내놓았다"며 "총경 복수직급제 도입으로 기존 인사 원칙에 개선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경찰국 설치에 반발하는 전국총경회의를 주도한 류 총경이 재반박하면서 논란은 증폭되는 분위기다. 같은날 류 총경은 경찰청 앞 서울 중구 경찰기념공원에서 기자회견은 열고 회의 참석자들이 보복성 인사를 당했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류 총경은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한 총경 가운데 징계·교육을 받거나 퇴직을 준비 중인 사람을 제외한 40여명 전원에 대해 문책 인사를 했다"며 "이게 어떻게 우연일 수 있는가. 빠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인사는 정권에 맞서고 말을 듣지 않으면 이렇게 치욕을 당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길들이기 인사다"며 "서장을 역임하고 총경 보직을 여러 번 거친 사람을 경정 승진 후보자 밑에 두는 모욕적인 인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류 총경은 "경찰청장 소신대로 했다면, 청장이 인사권을 남용한 것이고 '외풍'이 불고 상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하면 권력 남용이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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