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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개방 땐 시중은행 경쟁력 약화?…정부 "오히려 기회"

외환시장 개방 땐 시중은행 경쟁력 약화?…정부 "오히려 기회"
ⓒ News1 김민지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이르면 내년 하반부터 국내 외환시장이 해외 금융기관에 본격 개방돼, 원화자산 투자가 활성화되고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영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환시장 개장은 국제 금융 중심지인 영국 런던에 맞춰 새벽 2시까지 연장된다.

정부는 7일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해외 금융기관의 외환시장 유입으로 국내 기관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국내 은행의 영업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전날(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원화에 대해선 아무래도 해외 금융기관보다 국내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시중은행이 강점이 있다"며 "국내 은행이 해외지점을 늘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관리관은 "당장 국내 기관의 경우 글로벌 시장의 여러 기관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기에 원화 영업에서의 경쟁력이라든가 고객 접점을 확보해야 한다"며 "정부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부 국내 은행을 '외환시장 선도은행'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송대근 한국은행 외환업무부장은 "역외에서는 국내 원화 자산에 대한 관심과 투자 수요가 늘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양방향 수요를 가진 시장 참가자들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금융 당국의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외환 유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즉각 반박했다.

김 관리관은 "어떤 나라도 외환시장은 시장 논리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며 "정부의 시장 개입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 한정되는 것이고 평상시 이뤄지는 전반적인 모니터링 수준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기재부와 한은의 설명을 정리한 일문일답.

-이번 외환시장 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인지.

▶지금까지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가 불가능해 국내 금융기관만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또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시장에 참여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거래시간도 한정돼 있어 우리 외환시장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핵심 개선방안은 무엇인가.

▶인가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RFI, 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를 허용한다. 현재 오후 3시30분까지인 개장시간은 선진국 투자시 주로 쓰이는 런던 금융시장의 마감 시간을 고려해 다음날 오전 2시까지로 연장한다.

-이번 조치로 기대하는 효과는.

▶국내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원·달러 NDF(Non-Deliverable Forward, 차액결제선물환) 시장이 크게 성장했는데 국내 시장의 접근성 개선으로 역외 NDF 시장에 대한 거래 유인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안정 효과도 있나.

▶엄밀히 말하면 환율 안정은 이번 외환시장 구조 개선의 방향성은 아니다. 다만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있는 우리나라는 외환 변동성 완화를 위해 비유하자면 수십년간 '좁고 낡은 도로'(폐쇄적인 외환시장 구조)를 유지해 왔는데, 이것이 오히려 변동성을 높이는 부분이 있었다. 이번 개선이 최소한 원화의 상대적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좁고 낡은 도로'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폭이 좁아지면 유속(流速)이 빨라진다. 우리 외환시장은 시장이 좁기 때문에 특정 산업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확대됐다. 예컨대 과거 선박수주가 호황이던 시절, 조선사 등 일부 수급주체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컸다. 우리경제의 무역규모와 자본시장 성숙도가 선진국 수준에 오른 만큼 외환시장도 이에 걸맞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전후 경제 지표를 통해 한국의 외환 변동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과 배치되는 것 아닌가.

▶'좁고 낡은 도로'는 국내발 요인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전세계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요인이 발생했다고 했을 때 우리나라는 안정적이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 원화 가치는 -34.9% 절하됐으나 지난해에는 전년비 -17.4% 절하됐다. 유로(-15.6%), 파운드(-21.0%), 엔(-23.4%) 등과 비교해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나은 수준이다.

-해외 기관의 유입으로 국내 시중은행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은행은 물론 해외 기관들도 각 기관의 역량에 달린 문제다. 당장 국내 기관의 경우 글로벌 시장의 여러 기관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기에 원화 영업에서의 경쟁력이라든가 고객 접점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해외지점을 늘리는 등 국내 은행에도 새로운 영업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아무래도 국내 은행이 원화에 있어 오랫동안 활동해 왔기 때문에 해외 금융기관에 앞서는 강점이 있다. 정부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부 국내 은행을 '외환시장 선도은행'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으며, 전자거래 활성화 등도 지원하려고 한다. 국내 기관이 해외로 나가서 해외 RFI로 등록하고 원화 비즈니스를 확대했으면 한다.

-지난해 환율이 급등했을 때 금융 당국이 외환 매매 거래량을 매시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이같은 정부의 강제 수단이 또 시행되면 외환 유입이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국내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시장과 외국 기관이 참여하는 시장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공식적이고 암묵적인 당국의 건의나 영향력 등에는 일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나라도 외환시장은 시장 논리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실질적인 모니터링 수준에 변화가 없다면 당국이 감내해야 하는 변화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 한정되는 것이고 평상시 이뤄지는 전반적인 모니터링 수준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