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한은,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발표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에 門 열고
개장시간 새벽 2시까지 대폭 연장
계좌 없는 제3자 외환거래도 허용
개편 효과 두고는 기대·우려 교차
"MSCI지수 편입에 기여.. 환율 안정"
vs "국내 금융기관에 불리.. 외인 놀이터 전락"
[파이낸셜뉴스] 외환당국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정부 인가를 받은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인가 외국 금융기관·RFI)에 시장 문을 열고 개장시간을 오전 2시까지 연장키로 했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외국환 전자중개업무를 제도화하고 비거주자가 본인 명의 계좌 없이도 은행과 외환매매를 할 수 있게 된다. 국내은행 본점과 동일그룹 해외 법인·지점 간에 직거래를 허용하는 등 국내기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외환시장의 문턱을 낮추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개방성 확대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기여하고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와 동시에 국내 금융기관 경쟁력이 낮아지고 '외인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라는 우려도 나온다.
■
한발 더 나아간 외환시장 '선진화'
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글로벌 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이르면 하반기에 이같은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정부 인가 외국금융기관에 현물환 뿐 아니라 FX 스와프시장(원화와 달러화간 대차(차입·대여)가 이뤄지는 단기 외화자금거래)도 개방하는 등 외인에 문을 여는 것이다. 여기서 RFI의 은행 간 거래에 따른 원화 결제는 당국 인가를 받은 국내 외국환중개회사를 통할 경우에만 허용된다.
시장이 열리는 시간도 런던 금융시장 마감시간인 오전 2시까지 연장된다. 향후 은행권 준비·시장 여건 등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24시간까지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국내 개인에게 적용해보면, 야간시간에도 바로 시장환율로 환전이 가능해져 당초 계획대로 투자가 가능해지고 정산 절차 등을 거칠 필요가 없게 된다. 예컨대 야간시간에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고 환전했지만 외환시장이 마감돼 있어 '가(假)환율'로 1차 환전하고, 다음날 우리 외환시장 개장 이후에 시장환율로 정산 받는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이다.
시장 인프라도 선진국 수준으로 확충한다. 비거주자는 본인명의 원화계좌가 개설된 은행과만 외환거래를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계좌가 없는 은행에서도 외환매매를 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보편화된 대(對)고객 외국환 중개업무 또한 제도화한다. 당사자간 메신저로 가격 확인·주문·거래체결이 가능해지고, 고객이 최적의 가격을 제시하는 은행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국내 금융기관이 원화 거래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견조한 대외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완방안도 함께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동일 그룹내 본점과 지점간, 국내본점-동일그룹 해외 법인·지점(RFI로 인가)에는 국내 외국환중개회사를 경유하지 않는 직거래 등을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
"외환시장 안정, MSCI지수 편입에 도움" vs "외인 입김 커진다"
대대적인 외환시장 개편 방안에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시장 개방으로 MSCI지수 편입에 한 발짝 다가가고 시장과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한은 국제국 외환업무부 송대근 부장은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원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NDF(역외차액결제선물환) 수요 또한 국내 외환시장으로 흡수되며 거래량이 늘어나고, 거래 기관 참여 수도 현재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외환시장 개방이 환율 안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한은 외환시장팀 이승우 과장은 "시장이 커지면 그만큼 플레이어들도 다양해졌다는 뜻"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거래들이 나타나며 시장의 변동성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시장 선진화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면 즉 선진국 시장에 편입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며 각종 채권 등의 발행비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 위상이 강화돼 통화 가치 폭락 가능성이 줄어드는 등 환율 변동성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외국인 투자자들 영향력 강화로 외려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대표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이는 환율 쪽에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가격에 대한 영향력이 커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가 도래했을 경우, 자금이 한번에 대규모로 빠져나가면서 환율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기관과 역외 기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국내 금융기관 입지가 약화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한은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API 도입 등을 통한 전자거래 활성화 지원 등을 해나갈 계획"이라며 "RFI 등 역외 기관들이 들어오게 되면 법적으로는 외국환 취급 기관과 유사한 위치를 보유하게 되겠지만, 여러 법령이 (국내 기관들과) 다르기 때문에 검토를거쳐 실효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