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해당 단체여행 허용 국가에서 韓美日 제외
- 올해 中 해외여행 특징은 소규모·사생활 강조, 규제 해제 후에도 대규모 유커 입국은 기대하기 쉽지 않을 듯
중국의 해외 입국자 강제격리 폐지 첫날인 지난 1월 8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제3터미널 출국장에서 승객들이 항공권을 발권하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인 해외 단체여행이 부분적으로 재개되면서 동남아시아 등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의 중국인 입국 강화에 대한 보족 조치로 단체여행 허용 국가에 한국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민간항공·여행업계 ‘훈풍’이 중국과 동남아에만 불고 있는 셈이다.
7일 중국 경제매체 21세기 경제보도 등에 따르면 중국 문화관광부가 전날부터 20개 국가 대상 중국인 단체여행과 ‘항공권+호텔’ 패키지 상품 업무를 재개토록 시범 허용한 이후 전국 온·오프라인 여행사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여행 관련 통계를 보면 정부 통지가 나온 1월 20일부터 2월 5일까지 패키지 상품 문의는 전월대비 358%, 비자 상담은 172% 각각 증가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전날 오전 태국으로 출국한 중국 단체여행 상품은 온라인에서 일찌감치 매진됐고, 광둥성의 가장 큰 여행사도 이날부터 5개 단체여행 그룹의 총 150여명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태국 등으로 보냈다. 뉴질랜드 10일 투어 상품의 경우 첫 회에 2만6000여명이 몰렸고 1분 만에 매진됐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중국명 셰청)의 3월18일 상하이발 뉴질랜드 투어 상품은 1인당 평균 가격이 2만7999위안(약 518만원)에 달하지만 판매 개시 직후 모두 팔렸다.
중신관광그룹 리멍란 미디어홍보 매니저는 “해외 단체여행 시범 재개 소식 이후 콜센터 호출량과 홈페이지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상품 문의는 800% 늘었다”면서 “목적지 호텔, 항공편, 레스토랑, 차량, 가이드 등을 빠르게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알리바바 그룹의 여행서비스 플랫폼 페이주에는 1000개 가까운 해외여행 코스와 1만개 이상의 현지 유흥상품이 올라와 있다. 또 ‘항공권+호텔’ 패키지 상품은 1200여개가 출시됐다.
제로 코로나 봉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위안화 가치 하락 등으로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낸 항공사도 빛이 스며들고 있다.
남방항공은 국제 운항 인원 투입을 늘렸고, 12개 국가의 48개 왕복 노선을 재개하거나 신규 개설했다. 동방항공그룹도 28일까지 계열사의 지역 항공편이 일일 60편, 주 410편으로 확대해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항공업·여행업계는 일본, 미국과 함께 이런 중국발 호황에서 소외된 상태다. 한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자, 중국은 한국을 일본, 미국과 더불어 해외 단체여행 대상 국가에서 제외했다. 대신 동남아와 홍콩·마카오·대만 중심으로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몰리고 있다.
취날빅데이터연구원의 궈러춘 부원장은 “항공권 문제로 한국, 일본, 미국, 유럽으로 가는 노선이 덜 회복되면서 홍콩·마카오·동남아로 가는 항공편은 2월 들어 늘어날 것”이라며 “여행객 수가 춘제(음력 설)에 비해 줄어들면 항공권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목할 점은 올해 중국의 해외여행은 소그룹으로 사생활을 강조한 상품을 소비자가 선호하는 등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온라인 여행사 투니우여행망의 해외 상품은 400여개에 이르는데, 주로 ‘항공권+호텔’, ‘항공권+관광지’ 등 자유여행이나 소규모 패키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양국의 방역 규제가 상호 풀리더라도 예전과 같은 대규모 유커 행렬은 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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