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 퇴임후 공동 저술한
'경제정책 어젠다' 내용이 핵심
사외이사 투명성 방안 등 담겨
尹정부서 지주사 회장에 선임
당국·국회 개선안 방향키 될듯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본격 나선 가운데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방안이 담긴 '모범답안'이 나왔다.
이사회가 금융지주의 거수기가 되지 않도록 독립성을 보장하고,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투명성도 확보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비지배주주, 그중에서도 기관투자자에게 힘을 실어 금융사를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기획재정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와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 민관 경제수장들이 함께 서술한 저서 '경제정책 어젠다 2022'에 담겼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내정자와 이석준 회장은 금융지주 이사회 독립성, 투명한 사외이사 절차 등을 담은 저서를 대통령 선거 전인 2021년 공동저술했다. 최상목 경제수석도 책 작업에 참여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하는 인물들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2대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꿰찬 셈이다.
그간 정부는 기업(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수차례 제정해 관행처럼 이어온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장기집권을 견제했으나 성과는 미약했다. 그러나 관료 출신인 임종룡 내정자와 이석준 회장이 수장으로 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이사회 독립성 담보, 사외이사 투명성 확보 방안에 힘이 실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정책 어젠다 2022'에서 저자들은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과제를 우선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 사이 대리인 문제라고 짚는다. 금융사 대표(CEO)가 입맛에 맞는 '친(親)CEO 이사회'를 꾸려 내부통제 문제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들은 이를 개혁하기 위한 현실적 해결책으로 기관투자자 역할 강화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을 제언했다. 최근 국회와 금융당국이 함께 속도를 내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구체적으로는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언급했다. 대표이사가 추천 위원회에 참여하거나 불투명한 헤드헌팅 과정을 통해 후보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집중투표제, 비지배주주의 사외이사 선임 거부권 등을 도입해 이사회 구성에 비지배주주의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비지배주주가 자신이 가진 지분에 비례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즉 비지배주주의 권리를 보호해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비지배주주 중에서도 기관투자자가 지배주주를 견제하기에 적합하다고 언급한다. 투자에 대해 전문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측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관투자자가 재무적 정보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비재무적 정보도 공시하도록 투자 대상 회사에 요구하고 다른 주주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 등이다. 그 대신 기관투자자 역시 스스로 스튜어드십 책임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공시하는 의무도 서술하고 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박소연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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