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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학 전공의 2학년 재학생인 김모씨는 졸업 후 취업 준비에만 최소 1년 이상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무사나 회계사 공부를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세무사나 회계사는 자격증만 취득하면 취업까지 한번에 해결되기 때문이다. 두개의 자격증 중 고민을 하던 김씨는 회계법인들이 논은 연봉을 내놓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회계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정KPMG, 삼일pwc, EY한영, 딜로이트안진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은 지난해 신입 회계사를 총 1340명 채용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 인원은 약 1100명으로, 2차 시험에 최종 합격만 하면 사실상 취업에 실패할 걱정은 없게 된다.
공인회계사 1차시험 접수자는 2000년에 1만6014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2007년에는 4,444명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2019년부터 증가세를 보이며, 올해 23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5년간 접수자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9677명 △2020년 1만874명 △2021년 1만3458명 △2022년에는 1만5413명 △ 2023년 1만5940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공인회계사시험의 경우 최소 선발예정 인원이 1100명으로 결정돼도 공인회계사시험의 실제 선발인원은 2021년 1172명, 2022년 10237명으로 최소 선발예정 인원을 넘겨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실제 선발인원 역시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8년 11월 도입된 신 외부감사법(신외감법) 시행과 무관치 않다. 시행 이후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할 기업 수가 늘어난데다가, 표준감사시간제로 기업당 감사시간이 크게 증가해 회계법인들의 회계사 채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앞으로도 계속 회계사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SG경영과 미닝아웃 소비 트렌드로 기업의 윤리나 사회적 책임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이미 투명한 회계관리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회계관리를 받으려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거라는 예측도 있다.
접수자 수가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연봉 상승 등 보상과 처우 개선이 있다. 회계 전문가 수요가 늘면서 회계사 초봉이 약 5000만원 수준으로 상승했고, 4대 회계법인의 평균 연봉 또한 8000만원 대에서 2020년에 모두 1억원을 넘겼다.
신입 회계사 유치를 위한 회계법인들의 복지 향상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합격생 평균 연령이 만 26.8세인 MZ세대를 겨냥한 집중휴가 제공, 복지비 확대와 리프레시 휴가 등 각종 복지 혜택으로 워라밸 또한 가능해져 어려운 시험임에도 도전하려는 수험생들이 많아진 것이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꼭 합격하지 못해도 취업이나 편입에 도움이 된다는 점 또한 접수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1차시험에만 합격해도 입사 전형에서 우대해 주는 기업들이 있고, 중앙대의 경우 공인회계사 1차시험 이상 합격한 경우 우선 선발 제도를 통해 경영학과로 편입이 가능하다.
공인회계사(CPA) 합격자 수는 경영대의 역량과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 주요 대학의 경우, 공인회계사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고시반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성균관대 고시반 '양현관'은 매년 200명의 공인회계사(CPA) 시험 준비생들을 뽑고 있다. 고대는 현재 ‘정진초’란 이름의 공인회계사 준비반을 운영한다. 각 대학 고시반은 자체 시험을 치른 후 철저히 성적에 따라 학생을 선별하기도 한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려는 학생들이 늘면서, 더 많은 합격자를 배출하려는 대학들의 움직임도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회계사 수요가 커지면서 해당 자격증 시장에 진입하려는 교육기업들도 생겨났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공무원과 공인중개사 등 자격증 교육 전문기관인 에듀윌이다. 에듀윌은 2021년 9월 세무사에 이어 지난해 12월, 회계사 교육과정을 공식 런칭했다.
회계사 인강은 물론 올해 1월, 종로에 오프라인 학원도 문을 열었다. 회계사 스타 강사진을 대거 영입했으며, 기존 업계와의 차별화된 커리큘럼으로 회계사와 같은 전문 자격증 교육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듀윌 관계자는 "자격증 취득과 동시에 취업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고액 연봉과 복지까지 더해져 앞으로 회계사 접수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계사와 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프리미엄 자격증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고 전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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