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2022년 예대차익으로 인한 이자수익이 급증해 역대 최대 순이익이 예상된다. 4대 금융지주를 비롯한 은행권은 은행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기본급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벌어들인 수익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은 당연하지만, 금리 상승기 국민의 빚 부담이 커진 가운데 금융권만 이자 장사로 배를 불렸다는 따가운 시선도 상당하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거리에 있는 자동화 기기와 간판의 모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이 30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전년보다 이자이익이 20% 넘게 급증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더디게 인상하는 식으로 예대마진을 늘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이 지난해 거둔 순익은 총 12조1302억원으로 전년도 10조316억원에 비해 20.9%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작년 이자이익은 32조원에 달한다. 2021년(27조905억원)과 비교해 20%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4대 은행 실적 가운데 주목할 점은 하나은행이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치고 은행권 순이익 1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23.3% 증가한 3조1692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우리은행(2조9200억원) 22.9% △신한은행(3조450억원) 22.1% △국민은행(2조9660억원) 15.6%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은행들이 이자이익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데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초 1.00%였던 기준금리를 1년여만에 3.50%로 2.50%포인트 올리면서 대출금리도 함께 올린 영향이다. 금리 인상기에는 예대금리차가 커져 은행의 수익성이 높아진다.
한국은행은 지난해만 7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대출자산이 불어나면서 이에 따른 이자이익이 커진게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낸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은행 4곳의 이자이익만 32조원(32조5229억원)을 넘어섰고, 캐피탈 계열사의 순익도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은행의 최대 실적으로 모기업인 KB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16조원을 웃도는 순익을 기록, 전년(14조5429억원)보다 9.0% 불어났다. 신한금융이 4조6423억원으로 가장 많은 순익을 냈으며 △KB금융 4조4133억원 △하나금융 3조6257억원 △우리금융 3조1693억원 순이었다. 신한금융은 2021년 KB금융에 뺏겼던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
4대 금융지주 모두 핵심 계열사인 은행이 실적 상승세를 견인했다. 은행이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벌어들인 이자이익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평균 대출금리와 수신금리의 차이는 지난해 12월 잔액 기준으로 2.55%포인트에 달했다. 2021년 12월과 비교해 1년만에 0.34%포인트 확대된 셈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이후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한 이후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정책서민금융(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대출)을 제외한 국내 17개 은행(산업·한국씨티은행 제외)의 가계부문 평균 예대금리차는 1.73%포인트로 작년 12월(1.63%포인트)보다 0.1%포인트 커졌다.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 이후 은행들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많이 내리면서,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5%)보다 낮은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인 'KB스타 정기예금'의 금리는 1년 만기기준 연 3.48%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우리슈퍼정기예금 금리는 3.00%로 기준금리보다 무려 0.5%포인트나 낮다. 농협은행의 '올원e예금'은 연 3.36%로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은행예대금리차만 확대해 은행들의 이자장사 규모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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