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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정책금융 금리 때리기에 포퓰리즘 비판 목소리 ↑

최근 정치권 연이은 '정책금융 때리기'
與野 "긴급생계비대출, 15.9% 금리 너무 높다" 비판
그러나 정책금융 금리 무작정 내리면
자칫 보편복지, 포퓰리즘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문가들 "금융과 복지 혼동해서는 안 돼"

[파이낸셜뉴스]
정치권 정책금융 금리 때리기에 포퓰리즘 비판 목소리 ↑
사진=연합뉴스

"금융은 복지와는 다르게 지속 가능성이 있어야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영역이며, 그 지속 가능성은 시장 원리에서 나온다."(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정책금융상품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긴급생계비대출 금리(15.9%)가 지나치게 높다며 연일 공세를 벌이고 있다. 이에 조성목 원장 같은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금융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금리만 낮추려는 것은 또다른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어서 시장실패를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12일 금융 및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은 저소득 취약차주에게 최대 100만원을 신속 지원하는 긴급생계비대출 금리가 15.9%에 달해 '고금리'라고 입을 모아 비판하고 있다.

실제 김병욱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긴급생계비대출의 금리가 높다며 "생색내기·구색맞추기용 대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역시 지난 10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대출 한도나 금리가 실제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실효적인지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성실 상환자에 대해 추가 대출 시 우대금리 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통해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다수의 서민금융 전문가들은 정책금융의 금리를 낮추라는 정치권의 주문이 '금융과 복지를 혼동하는 처사'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조 원장은 "우유값을 떨어뜨리라고 하면 사람들이 젖소를 키우지 않는 것처럼, 금리가 낮아지면 돈을 빌려주는 사람 또한 없어진다"며 "정책금융 금리가 높다고 무작정 비판만 하는 것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번 지원금을 제공하면 상환 여부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복지와 달리, 정책금융은 수혜자들의 상환 가능성이 어느 정도 확보돼야 유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현재 15.9%로 책정된 긴급생계비대출 금리는 저신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불법사금융 대출금리에 비하면 높지 않다"며 "정책금융상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자격기준을 완화하고, 저렴하게 제공하면 정부가 재원 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남재현 국민대 교수는 "신용도가 안 좋은 계층을 대상으로 긴급하게 대출해주는 긴급생계비대출의 경우, 더욱 이자율을 높이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대출한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저금리로 빌려주는 행위는 대출자도 신용불량자로 전락시키고, 국가 재정도 악화시켜 악순환을 불러온다는 이야기다.
남 교수는 "대출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적합한 형태의 다른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더 낫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책금융상품 금리 논란이 포퓰리즘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염려의 시각도 있다.

이종욱 서울여대 명예교수는 "정책금융을 보편적 복지로 혼동하게 되면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정말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자원이 갈 수 있도록, 긴급생계비대출의 본 취지를 잘 상기해야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