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진술서로 갈음' 입장 고수
檢, 질문지 200쪽 전부 소화못해
혐의 소명·증거인멸 우려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연루 혐의 관련 2차 출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2차 조사가 마무리됐다. 이 대표가 2차 조사 때도 '진술서로 갈음하겠다'며 사실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조사 시간도 충분하지 못했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한 차례 더 부르더라도 이 대표는 사실상 진술서만을 들이밀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검찰은 추가소환 대신 구속영장 청구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엄희준·강백신 부장검사)는 주말 내내 이 대표를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증거관계를 정리하는 등 2차 조사 내용을 분석했다. 검찰은 1차 때 준비한 질문지 150여쪽 분량보다 많은 200여쪽이 넘는 질문지를 준비했으나 전부 소화하지 못했다. 이 대표가 당초 검찰이 요구한 출석 시간보다 2시간 가까이 늦게 도착한 데다 심야 조사에도 동의하지 않아서다. 이 대표는 2차 조사에서도 '진술서로 갈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술서에는 담기지 않은 정진상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혐의와 관련해서도 같은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추가 소환 대신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수사 중인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합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유력하게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가 1·2차 조사 모두 '진술서 갈음' 형식으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던 만큼 추가 조사에서 상황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검찰 출석 때마다 검찰 수사를 강력 비판하며 정치공세를 펼치는 것도 검찰 입장에선 부담일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인은 검찰 출석 때마다 정치적 발언을 쏟아놓는다"며 "검찰은 '여론전'에 방어도, 설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정치인은 한 차례 소환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검찰은 법원에서 혐의가 인정될 경우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큰 점 등을 들어 구속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대장동 배임 의혹'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죄(배임액 5억원 이상)의 법정형은 징역 10년이다. 검찰이 '대장동 일당'을 재판에 넘기면서 판단한 배임액은 '651억+α'였지만, 기소 이후 추가 수사가 이뤄진 만큼 금액은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 등 최측근들이 이미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점을 근거로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는 점 역시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도 검찰이 영장 청구 사유에 넣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장동 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은 모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관련자들과 접촉해 증거인멸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은 이미 한 차례 진술을 번복한 전력이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제1야당 대표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 대표가 불구속 상태에서 쏟아내는 여러 발언이 관련자들 진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며 "법률상으로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대장동·위례 의혹 외에 이 대표를 둘러싼 다른 의혹 규명과 관련해 구속수사 필요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백현동·정자동 호텔 부지 특혜 의혹으로도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대장동·위례 의혹으로는 조사가 일단락되더라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또다시 검찰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구속 상태에서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수사 중인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 구도에서 체포동의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