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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장서 즐기는 전주 비빔밥·콩나물국밥 '맛·가성비 최고' [길 위에 장이 선다]

(4) 전북 전주 남부시장
호남평야서 수확한 풍부한 곡식 덕분에
조선시대부터 상설·물류 집산장 각광
일제강점기 후 1980년 지나며 쇠락길
2011년 청년상인 모이며 '제2 전성기'
놀이방·카페·공방 문화공간으로 변신
전주천 둔치 밤에 열리는 '도깨비시장'
길 건너 세계적 관광지 한옥마을도 매력

본고장서 즐기는 전주 비빔밥·콩나물국밥 '맛·가성비 최고' [길 위에 장이 선다]
전북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열린 공연 모습(왼쪽 상단), 전북 전주 남부시장 도깨비 장터(왼쪽 하단), 전북 전주한옥마을. (오른쪽 상단). 뉴시스 전주시 제공
【 전주=강인 기자】 전북 전주시에는 남부시장이 있다. 오래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지역 대표 전통시장이다. 쇠퇴를 거듭하면서도 자생으로 형성된 청년몰은 젊은 상인을 전통시장으로 끌어들였고, 불야성을 이루는 야시장은 시대적 과제인 전통시장 활성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시대적 흐름이 된 상황에 전통시장의 고군분투는 눈물겹다. 그럼에도 단순한 거래공간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소통과 정을 힘으로 지역사회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전주남부시장을 들여다봤다.

■조선시대 상설시장 발상지

전주남부시장은 호남 대표 시장이었다. 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의 저서 '성곽발달과 도시계획연구'에 따르면 전주는 장문(場門·조선시대 상설시장)의 발상지(1473년)이고, 남부시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역사적 시장이다. 호남평야에서 수확되는 곡식이 주는 풍요로움이 시장 발달의 근간이었다.

전주는 일본 같은 외국 수입품이 들어와 다시 작은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교역의 중심이었다. 이런 기능은 적어도 1896년 13개의 도(道)로 개편되기 전까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원용찬 전 전북대 상대 학장도 저서 '전북의 시장경제사'에서 당시 서울 도성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시전은 전주 같은 대형 거점장에서도 열렸다고 전한다.

전주에는 이미 시전과 가게가 즐비하고 물화와 상인이 많아 동전을 유포해 백성들에게 화폐 사용의 편리함을 널리 실험할 수 있는 곳이었고, 전주 상업 중심을 이루는 남문시장은 물자와 상인으로 활기를 띠었다고 소개한다.

과거에는 풍남문(전주성의 남문) 밖에 있다 해서 남문시장으로 불렸다. 남부시장은 1905년 정기 공설시장으로 개설한 이후 일본 상인들이 진출하면서 다른 시장들이 쇠퇴해 이곳으로 통합되며 호남 최대 물류 집산 시장으로 호시절을 누렸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시장이 대폭 개축되며 상설시장으로 남부시장이라는 명칭이 쓰였다. 당시 연간 시장 출입인원이 186만명에 달해 호남 최대 물류집산지로 위용을 떨쳤다.

본고장서 즐기는 전주 비빔밥·콩나물국밥 '맛·가성비 최고' [길 위에 장이 선다]
전북 전주 남부시장에서 열린 야시장이 인기인 가운데 즉석에서 만든 음식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강인 기자

■청년몰과 야시장 '구름인파'

코로나19 여파를 뒤로하고 최근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한 남부시장 야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연간 1000만명이 찾는다는 전주한옥마을과 도로 하나(팔달로)를 사이에 두고 맞닿은 남부시장은 관광객의 필수코스로 꼽힌다.

맛과 멋의 고장인 전주 음식과 세계 각국의 음식을 격식 없이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늘어선 인파 사이로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이 쉴 새 없이 만들어진다.제대로 된 테이블이 없어 시장 안에 선 채로 음식을 먹어야 하지만 불평하는 이는 없다.

길게 늘어선 상점들 사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음식을 찾으려는 마음에 모두 밝은 표정이다.

남부시장 건물 2층에는 청년몰이 들어서 있다.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1980년대를 기점으로 쇠락하기 시작한 시장은 과거 영광을 뒤로하고 빈 점포를 남겼다. 청년몰은 그렇게 버려진 시장 2층 점포에 들어섰다.

지난 2011년 우리나라 최초로 문을 연 남부시장 청년몰은 큰 인기를 끌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문전성시' 사업으로 조성된 곳이다. 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 대부분이 청년몰을 관광코스에 포함시켰다.

남부시장 청년몰 성공은 전국으로 퍼져 전통시장 39곳(2021년 기준)에 청년몰이 생겼다.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던 시장 2층을 새 단장하고 청년몰을 만들어 전국 명소로 자리잡게 했다.

당시 17명의 청년이 독창적 아이디어로 음식점, 공방, 놀이방, 카페 등을 열어 이윤창출과 함께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젊은이들이 모이자 기존 상인들에게도 자극을 줬고 방문객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성과를 이뤘다. 현재 800여개 점포에서 1200여명의 상인이 시장을 지키고 있다.

본고장서 즐기는 전주 비빔밥·콩나물국밥 '맛·가성비 최고' [길 위에 장이 선다]
전북 전주 남부시장 옛 모습. 1980~1990년대 추정 전주시 제공

■시장 혼자는 힘들다…지역사회 연계 필요

성공적인 전통시장 사례로 꼽히는 전주남부시장이지만 혼자 힘으로 이룬 성과는 아니다. 바로 옆 한옥마을이 없었다면 현재 활발한 모습은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남부시장에서 도로를 하나 건너면 바로 한옥마을이다. 연간 1000만명이 찾는다는 전국적 관광명소다.

전주한옥마을은 서울 북촌이나 경주시, 안동시에 자리 잡은 한옥마을과 달리 대규모로 도심에 모여 있다.

마을이 100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형태를 갖췄기에 전주한옥마을의 한옥은 전통 한옥이 아닌 '도시형 한옥'이다.

이런 도시형 한옥과 기존에 존재한 경기전이나 풍남문 같은 문화유적지 만남이 전주한옥마을만의 특별한 가치를 형성하며 전국 여행지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관심을 끌었다.

한옥마을을 둘러본 관광객은 자연스레 남부시장으로 건너가 비빔밥과 콩나물국밥 등 저렴하면서 맛도 좋은 지역 유명 음식을 먹는다.

남부시장을 끼고 흐르는 전주천 둔치에는 '도깨비시장'으로 불리는 독특한 장이 열린다. 동이 트기 전 장이 서고 날이 밝으면 사라진다고 해서 도깨비란 이름이 붙여졌다. 남부시장 건너편 매곡교와 싸전다리 사이 남쪽 인도와 하천부지에 열린다.

다양한 상품과 신선한 식재료가 풍성해 아는 이들에게 인기다. 도깨비사장도 남부시장과 연결한 독특한 문화로 받아들여지며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속되는 숙제…전통시장 활성화

전주남부시장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자상거래가 시대 흐름이 된 상황에 전통시장이 가진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남부시장 최고 자랑인 청년몰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게 보편적 시각이다. 전국적으로도 39곳의 전통시장에 조성된 청년몰 매장 672곳(2021년 기준) 중 42%가 휴업하거나 폐업했다고 한다. 예산 투입에 비해 상권 활성화 효과가 없어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지역이 늘고 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기성세대까지 온라인 쇼핑을 시작하며 전통시장 입지는 더 줄었다. 대형마트도 온라인 판매를 늘리는 전략을 쓰는 상황이다.

가격보다 편리함을 택하는 소비 패턴의 변화도 읽어야 한다.

이같이 전통시장을 둘러싼 사회적 상황이 좋지 않지만 타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통시장을 문화 콘텐츠화 해서 실용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전주남부시장 상인회 황상택 상무는 "상인들이 여전히 힘든 게 사실이지만 코로나 제재가 풀리며 활동이 자유로워지고 있어 앞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지난주 관광객 많이 찾아 왔다.
기존 고객을 모으고 빈 상점을 채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몰에 최근 상인을 모집했다.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지만 전통시장 만이 가진 소통 능력과 정을 나누는 문화로 타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