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3일 제주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주=서지윤 기자]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첫 합동 연설회가 13일 제주에서 열리면서 당 대표, 최고위원 후보자가 제주 당심 사로잡기에 나섰다.
이날 연설회가 열린 제주 퍼시픽호텔은 600석 규모지만 1000명 가까운 당원이 몰릴 정도로 전당대회를 향한 열기가 뜨거웠다.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인 60대 이상 책임당원이 연설회장을 대거 찾으면서 김 후보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가장 큰 가운데 또 다른 양강주자인 안 후보를 응원하는 당원들도 안 후보를 응원하며 양 강 후보간 대리 신경전을 펼쳤다. 친이준석계 천하람 후보는 개혁보다는 '보수 정당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보수 당심에 호소했고 황교안 후보 역시 정통 보수 정당 건설을 외쳤다.
■安 제주 출마 검토 '승부수'
당 대표 후보 중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안 후보는 제주 사투리로 "왕 반갑수당"라고 인사를 한 뒤 "총선 압승 후보"라고 자신이 내년 윤석열 정부의 총선 승리 적임자라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안 후보는 "민주당이 지난 2004년 총선 이래로 거의 20년 간 제주 의석을 모두 독식해 왔다"면서 "당이 새롭게 성장하려면 제주 같은 어려운 곳에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어제 제 출마 지역도 전적으로 당에 맡기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당이 원한다면 이곳 제주도 좋다. 제주에서 20년 만에 총선 승리를 만들어보겠다"고 내년 총선에서 제주 출마 가능성을 거론했다. 윤 정부 개국공신이지만 비윤석열계로 몰린데다 보수 정체성 공세에 휘말리며 입지가 좁아진 안 후보가 던진 '승부수'인 셈이다.
안 후보는 "당을 위해 몸 던질 당 대표가 누구겠냐"면서 "안철수를 총선 승리의 도구로 써주시면 민주당을 궤멸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힘 빌려 줄 세우기 시키고 혼자 힘으로 설 수 없는 당 대표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면서 "저는 건강한 보수주의자로서 국민의힘에 완전히,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고도 했다. 김 후보에 견제구를 날리는 동시에 전통 지지층 표심에도 호소한 것이다.
■'친윤' 金 "힘 있는 당 대표"
마지막으로 연단에 선 김 후보는 윤 정부와 가장 잘 소통할 수 있는 '동반자'이자 보수당의 뿌리를 지켜온 당 안정화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친윤석열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김 후보는 내년 윤 정부의 총선 승리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과 당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윤 정부의 연금·노동·교육개혁 등 국정 과제를 뒷받침할 적임자를 강조해서 전통 보수 지지층를 결집하는 것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저는 당 대표가 되면 당을 안정시키겠다"면서 "지금 전당대회는 당에 지도부 분란이 일어나면서 임시 성격으로 하는 것인데 이번에 뽑는 전당대회 당 대표가 또 그래서는 되겠냐"며 친이준석계 개혁후보 4인을 견제했다. 김 후보는 또 "저는 20년 전 입당한 이후로 한번도 당을 떠나지 않았다"면서 "전통 보수 뿌리를 지키기 위해서 저 김기현이 돼야 당이 안정된다"며 당적을 수 차례 바꾼 안 후보를 정조준했다.
김 후보는 아울러 "여당은 일을 잘해야 한다"면서 "성과를 내려면 당정협의하며 포용하고 긴밀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과 손발이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당 대표는 힘이 있어야 하고 대통령과 손발이 딱딱 맞아야 한다"며 자신에게 윤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호소했다.
■천하람 '보수 책임'·황교안 '보수 재건'
천하람 후보는 난방비 요금을 지역 현안과 연결하면서 '보수의 책임'을 강조했다. 천 후보는 "제주에도 난방비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많다. 제주의 가스 보급률은 육지와 11.3% 차이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면서 제주의 도시가스 보급률 전국 평균 수준으로 상향,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난방비 요금 전폭 지원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책임 의식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며 "당대표가 된다면 국민 삶을 살뜰히 챙기겠다. 국민에게 사랑받아 (차기) 총선을 넘어 대선까지 승리하는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했다.
애초 준비됐던 원고에선 김 후보와 안 후보의 '탄핵 공방'이 언급됐었지만 천 후보는 실제 연설에선 해당 내용을 제외했다. 천 후보는 공방 대신 민생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제 바로 앞 순서였던 안 후보가 굳이 김 후보를 공격하고, 양강 구도를 언급하면서 저를 배제하는 것이 보기에 좋아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후보의 '탄핵 발언'에 대해선 당 차원의 '경고 조치'를 요청했다. 천 후보는 "*왜 우리가 대통령과의 협력관계를 특정 후보에게만 부여해야 하냐"며 "불공정한 전당대회 개입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경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후보는 '정통 보수 정당 재건'을 앞세웠다. 황 후보는 김·안·천 후보를 한명 한명 거론하며 이들의 과거 발언이 '당 정체성'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지자들을 향해선 "당원이 지지자다" 연호를 유도하기도 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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