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소형모듈형원자로 i-SMR
‘탄소중립+경제성’ SMR에 주목
원천기술 있으나 후속 연구 부족
예타 거쳐 6년간 3992억 투입키로
윤석열 정부가 원전 산업에 대한 전방위 진흥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차세대 원전기술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중국 등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SMR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데다 2030년 이후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하면서 연간 100조원 넘는 대형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예비타당성 심사를 마치고 시장이 열리는 2030년 이전까지 SMR 인허가 심사를 마치겠다는 계산이다.
■SMR, 석탄화력발전 대체
13일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SMR 개발은 미국·영국·중국·러시아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지난 2022년 기준 80여종이 개발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미국은 가장 빨리 뉴스케일(NuScale)이라는 SMR 개발에 성공해 사업화 중이다. 중국도 남부 하이난성 창장에 '링룽 원'이라는 SMR을 건설하고 있다. 전 세계 원전강국이 SMR에 주목하는 이유는 탄소중립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전력생산 수단의 하나로 석탄화력발전을 선택해왔다. 전력 생산단가 측면에서 원자력 다음으로 저렴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각국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석탄화력발전을 축소하고 있다.
SMR은 이 같은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한 전원으로 기대받고 있다. 원자력은 탄소가 필요한 화학반응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핵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SMR은 원전의 핵심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을 하나의 용기로 모듈화했다. 또 발전용량을 기존 1000~1400㎿에서 300㎿ 이하로 줄였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대형 원전에 비해 1000배 이상 안전하면서도 유연하게 발전량 조절이 가능하며, 입지 선정이 자유롭다.
이에 따라 SMR시장은 석탄화력발전 축소가 본격화되는 2030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왕립원자력연구원은 2035년까지 SMR 글로벌 시장 규모가 6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기업 중 한 곳인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만든 것이다. 그만큼 탈탄소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2033년 i-SMR 가동 목표
우리나라는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허가를 받은 SMR '스마트(SMART)'를 보유하는 등 원천기술은 갖고 있으나 후속연구가 부족해 현재 경쟁국 대비 SMR 개발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이에 우리 정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부터 한국 독자 SMR 개발을 위해 논의를 시작했고,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쳤다. 정부는 2023~2028년 6년간 총 3992억원을 투입해 2033년부터 한국 독자기술로 만든 혁신형 소형모듈형원자로(i-SMR)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미 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170㎿급 SMR 4기(680㎿)를 한 세트로 한 i-SMR의 기본설계는 해 놓은 상황이다.
2025년까지 i-SMR 표준설계를 마치고 2028년엔 이에 대한 인허가도 마친다는 목표다. 기존 원전은 1기 건설에 5~6년이 걸리는 반면 SMR은 2년이면 만드는 만큼, 계획대로 2028년 인허가 후 건설에 착수한다면 2031~2033년에 걸쳐 i-SMR 4기의 운전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계산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SMR은 여러 개의 모듈을 조합해서 발전소의 전기출력을 정하고, 대형 상용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력이 낮고 더 안전하기 때문에 노후 화력발전소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가 용이하다"며 "높은 안전성과 현재의 경제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탄소중립이라는 인류의 숙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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