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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유족은 서울광장 원해" vs "도심에 있을 이유 있나"

이태원 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시민들도 찬반 의견 엇갈려
녹사평역 지하 4층 공간은
접근성 떨어지고 상인들 반발

"이태원 유족은 서울광장 원해" vs "도심에 있을 이유 있나"
지난 12일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관계자가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유가족 분향소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는 강제 철거 시기를 오는 15일로 명시하고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지하 4층으로 분향소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유가족들은 서울광장 분향소를 지키겠다고 맞서는 중이다. 시민들의 생각도 엇갈리고 있다. 시민들은 추모를 위해 서울광장과 같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간에 분향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분향소 설치 자체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 엇갈리는 시민들 의견

13일 만난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반복되지 않기 위한 추모공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역할을 위해서는 분향소가 공개된 장소에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울도서관을 이용하던 정치옥씨(86)는 "참사가 발생하기 오래전부터 압사사고가 날 것 같다는 신고전화가 112에 여러 건 접수됐지만 경찰이 도와주지 않았다. 때문에 150여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명백한 국가의 잘못이다.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추모공간을 만들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영신씨(70)도 "서울 한복판에서 참사가 발생한 만큼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분향소는 서울시가 유족들이 원하는 장소에 최대한 정성껏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민 모두가 '서울광장 분향소'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서울시 의뢰로 지난 9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60.4%가 분향소를 광화문 광장 또는 서울광장에 설치하는 데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은 37.7%에 그쳤다.

서울도서관에서 만난 김모씨(65) "이태원 참사가 안타까운 일이고 유족들 당사자에게 잊을 수 없는 비극인 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참사와 관련된 분향소를 도심에 설치한다면 도리어 이태원 참사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사평역 인근 상인 '울상'

분향서 설치에 관한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면서 제3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태원 일대에서 만난 이모씨(40대)는 "녹사평역 지하 4층에 공간이 마련된다면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다. 서울광장은 참사 장소와 연관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대화를 통해 정부와 유가족이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시가 분향소 설치 공간으로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 4층 공간은 지하 4층 852㎡(257평) 약 600㎡(180평) 규모다. 문제는 지하 4층에 있고 너무 깊어 일반 조문객의 접근성은 떨어지는 단점이 존재한다.

더구나 현재 녹사평역 인근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의 경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분향소 주변에는 분향소 철거와 유가족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서울광장 분향소와 달리 녹사평 시민분향소를 찾는 일반 조문객의 방문이 줄고 있다.
여기에 인근 상인들도 이태원 참사로 인한 지역 이미지 실추와 매출 감소를 토로하고 있다.

이태원동에서 판매업에 종사하는 A씨(40대)는 "녹사평역 광장에 분향소가 설치된 이후 매출이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근처에 지난 여름에 오픈한 레스토랑이 망해서 저번주에 철거됐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장모씨(60대)도 "참사와 분향소 이슈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사실"이라며 "대화와 협의를 통해 적절한 공간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