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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무담보 소액대출, 안심소득 '플랜B'로 검토" [오세훈 시장·노벨평화상 수상자 대담]

서울시 복지 '약자와 동행' 향한
'그라민은행' 무하마드 유누스의 조언
오세훈 시장
청년에 취직 아닌 창업을 하란 말 인상적
'서울런' 정책목표·가치와 상당부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 동기부여 환경 만들 것
"세계적인 소득실험" 오세훈의 안심소득, 올해 첫 성적표 나온다

"취약계층 무담보 소액대출, 안심소득 '플랜B'로 검토" [오세훈 시장·노벨평화상 수상자 대담]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13일 오전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와 '약자와의 동행' 사업의 발전 방향 등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유누스는 1976년 빈곤층 무담보 소액대출을 위해 그라민 은행을 설립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연합뉴스
"저소득층을 위해선 지원금이 해법이 될 수 있지만 무담보 대출을 통해 삶의 의욕을 깨워 새로운 도전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민관의 협력이 젊은세대와 인생 이모작을 준비 중인 중장년에게 창업 의욕을 고취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오세훈 서울시장)

"선출직인 시장이 할 일은 시민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다. 젊은세대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영감을 사회에 줘야 한다. 이런 움직임이 사회의 변화를 만든다."(무하마드 유누스 유누스재단 의장)

오세훈 서울시장과 무하마드 유누스 유누스재단 의장이 서울시가 추진 중인 '약자와의 동행' 정책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이들은 안심소득, 서울런으로 대표되는 서울시 약자와의 정책이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세훈 시장은 저소득층의 계층 이동이 불가능에 가까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으로서 사회에 '영감' 줘야"

서울시는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시장과 무하마드 유누스 의장이 '약자와의 동행' 정책을 주제로 대담을 했다고 밝혔다.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유누스 의장은 방글라데시의 기업가이자 대학교수, 사회운동가다. 그가 1983년 설립한 그라민은행은 소액대출을 제공해 이들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그라민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아주 작은 규모로 장사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대출받은 600만명 중 58%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정책은 대표적으로 안심소득과 서울런이 있는데 공공에서 모든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 늘 걱정된다"며 "의장님은 사회적 기업이 정부의 한계를 대신하도록 하자는 의견인데, 서울시에 맞는 해법도 있을지 궁금하다"고 의제를 던졌다.

안심소득은 기준소득에 미달하는 가구에 대해 2년간 미달액의 50%를 매달 지원, 소득이 낮을수록 지원액이 더 커지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복지제도다. 서울시는 지난 해 1단계로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모집 선정해 지난 7월 첫 지원금을 지급했다. 올해는 2배 이상 많은 1100가구를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유누스 의장은 오 시장에게 시장으로서 사회에 영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빈곤은 빈곤층이 만든게 아닌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라민은행을 통해 금융시스템을 바꿔 부의 집중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방법은 다르겠지만 오 시장은 다양한 제도를 활용해 자신의 책임을 다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서울런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이 희망에 대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꾸리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자제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서울런을 추진했다"며 "의장님은 젊은세대를 향해 취직이 아닌 창업을 하라고 하셨는데 이는 서울런의 정책목표와도 일맥상통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누스 의장은 오 시장을 향한 조언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유누스 의장은 "시장님은 선출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민간 부문에서도 대표성을 갖고 있어 이 두가지 조건을 적극 활용하 수 있다"며 "공공과 민간의 선을 긋기보다 양쪽을 적극 활용해 젊은세대가 적극 참여하고 기회를 만들기를 기대하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무담보 소액대출, 안심소득 '플랜B'로 검토" [오세훈 시장·노벨평화상 수상자 대담]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13일 오전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약자와의 동행' 사업의 발전 방향 등을 주제로 열린 대담에서 책을 교환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吳, 안심소득+무담보 소액대출 '구상'

이날 오 시장은 유누스 의장의 대표적 성과 중 하나인 마이크로크레딧(저소득·저신용자 대상 소액 대출)을 서울시 정책에 반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안심소득 시범사업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B' 중 하나로 고민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 사업이 기초수급자제도·차상위계층 지원 제도 혜택을 받는 분들과 정부에게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유누스 의장이 실험해서 성공한 마이크로크레딧을 플랜B로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크레딧은 유누스 의장이 그라민은행을 통해 시행한 민간 주도의 빈민 구제 방식이다. 소규모 사업 자금을 무이자, 무담보로 지급해 저소득 빈곤층의 자립을 돕는다. '일자리를 찾지 말고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유누스 의장의 가치관을 적극 반영했다.

오 시장은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지만, 무담보 대출을 통해 삶의 의욕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 새로운 일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하는 길도 또 다른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어떤 사업이 의욕을 자극하는 효율적 동기부여가 될 것인지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실험을 통해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누스 의장 역시 마이크로크레딧이 공공 영역에서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누스 의장은 "금융제도를 이용해 기업가 정신을 일깨우고 나아가 내가 원하는 삶의 주도권을 잡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공 차원의)지원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은 역시 금융기법을 활용한 동기부여"라며 "(그라민은행의 사례는)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시드머니를 통해 스스로 수익을 얻고 재투자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안심소득 시스템에 새로운 시도를 더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담보 대출 부분일 것"이라며 "다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