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음력설인 춘제에 고향의 가족들을 찾았다가 낯선 남성과의 결혼을 강요받은 19세 소녀. 출처=웨이보
[파이낸셜뉴스] 중국 농촌에서 신부 가족에 감사를 표하는 '차이리'(중국의 결혼 지참금)가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쓰촨성에서 30만 위안(약 5600만 원)의 지참금 때문에 낯선 남성과 결혼한 10대 소녀의 사연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15일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중국 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1호 문건을 발표하고 '삼농'(농업·농민·농촌)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아울러 과도한 신부 지참금(차이리) 등 잘못된 관행도 바로 잡고 장례 풍습도 개혁할 것을 요구했다.
차이리는 지역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또 대도시보다는 소득 수준이 낮은 농촌에서 차이리 금액이 크다. 20만~30만 위안(3700만~5500만원)에 달하는 곳들도 있다. 차이리 금액이 높다고 알려진 장시성에서는 20만 위안(3700만원)은 흔하다.
차이리를 챙기기 위해 딸을 돈벌이 도구로 악용하는 부모도 있다. 지난해에도 지적장애가 있는 딸이 미성년자인 시절부터 3년에 걸쳐 3차례 강제로 결혼시킨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최근 SNS에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기간 중 고향 집을 찾았다가 예상하지 못한 강제 결혼식을 당하게 된 19세 소녀 샤오리양의 사연이 공개됐다. 샤오리의 결혼식에 참석했다는 이웃 주민 A씨는 "그의 부모는 샤오리가 오기 전 이미 상대 남성에게 30만 위안의 차이리를 받아 챙겼다"면서 "만약 샤오리가 결혼을 거부할 시 해당 지참금을 남성에게 되돌려줘야 하는데 이 때문에 결혼식이 강행되는 동안 샤오리가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 때문에 샤오리양은 결혼식 직전까지 줄곧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며 한사코 거부했으나 가족들의 강제로 결혹식에 참석해야 했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다.
A씨는 "샤오리는 겨우 19세에 불과해서 결혼식에 동원될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은 채 춘제 명절에 가족들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을 것"이라면서 "결혼식 내내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한 샤오리의 사정이 안타깝다"고 했다.
차이리 때문에 젊은 남성들이 결혼을 못하고 출산율도 떨어지며 여성을 상품으로 간주한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지만 뿌리 깊은 악습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편, 중국은 법으로 부모나 보호자가 미성년자 자녀의 결혼을 강요하거나 약혼을 성사시키는 것을 금지해오고 있다. 합법적 혼인 나이는 남성은 22세, 여성은 20세이지만 사실상 다수의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이를 위반한 미성년자 혼인 사례가 가족들의 강제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을 경우에도 특별한 법적 제재가 이뤄진 사례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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