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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북파공작원에게 납치돼 현재까지 남한에서 살아온 북한 출신 남성에게 국가가 1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북파공작원의 북한 주민 납치를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박석근)는 이북 출신 김주삼(86)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1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10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1956년 황해도 용연군에 위치한 자택에서 북파공작원에게 납치된 김씨는 서울 한 공군 기지로 끌려가 조사를 받고, 약 4년간 억류돼 보수를 받지 않고 구두 닦기 등 잡일을 하며 살았다.
김씨는 1961년 해당 군 기지에서 풀려났지만 이후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현재까지 남한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국방부 특수임무 수행자 보상지원단(지원단)은 조사를 통해 김씨가 북한에서 1956년에 납치돼 남한에 있는 군 기지에 억류됐음을 시인했다.
이후 김씨는 202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고, 같은 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8월 김씨가 그간 겪은 일에 대해 “한국전쟁 휴전 후 군이 첩보 활동 명목으로 북한 민간인을 무단 납치한 후 무보수로 노역을 시키고 남한에 억류시킨 사건”으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북파공작원이 김씨를 납치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며 “김씨가 가족들과 생이별했고, 강제노동으로 소중한 청춘을 희생 당했다.
이런 고통은 평생 치유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 측은 사건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희생자로 규정한 이를 상대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따라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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