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취업이 보장된 채용조건형 반도체 계약학과 합격자들이 대부분 의학계열로 이탈하면서 4차 추가합격자를 뽑는 대학까지 나왔다. 특히 연세대와 한양대의 반도체 계약학과는 최초합격자 전원이 소위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를 택하며 등록을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이탈자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이 학생 관리와 교육 내실 다지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고 충원율 275% 달해
16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3학년도 반도체 계약학과 정시모집 결과,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삼성전자)는 3차 추가합격 기준 11명이 추가 합격되면서 충원율 110%를 기록했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는 4차 추가합격 기준 16명 모집에 44명이 추가 합격해 한양대 최고 충원율인 275%를 기록했다. 이 밖에 고려대 반도체시스템공학(SK하이닉스)과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SK하이닉스)은 각각 63.6%와 80%의 충원율을 기록했다.
이는 반도체 계약학과에 합격한 대부분이 의학계열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연세대와 고려대의 반도체 계약학과는 일부 의대와 점수대가 겹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를 지원하면서 '보험'으로 반도체 계약학과를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산업 육성의지를 공개적으로 수차례 밝히면서 자연계 쏠림현상과 맞물려 반도체공학과에 당분간은 우수인재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탈자 최소화가 숙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의대와 동시 합격시 의대로 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자연계열 최상위권인 의대와 함께 지원시 고려할 정도로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중도이탈자를 최소화하는 게 숙제라고 지적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전국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 4곳에서 5년간 1006명의 중도탈락 학생이 발생했다"면서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아무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채용이 보장됐다 하더라도 반수 등을 통해 의학계열로 이탈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지역 사립대 반도체 계약학과 소속 교수는 "실무에 바로 투입될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기업이 학과 운영에 적극적이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신규 교수 채용에 있어서 계약학과 운영 기간이 제한적인 점(3~5년)과 현업과 비교했을 때 낮은 연봉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교육의 질에 신경을 최대한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업계의 전반적인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다른 교수는 "기업이 계약학과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반도체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의대와 반도체학과를 고민할 때 경제적 요인·안정성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 최우수 인재들이 반도체업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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