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명의로 법인 등록해 통장 1048개 개설
사이버 도박·보이스피싱 등에 쓰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지난해 7월 검거한 대포통장 유통 조직의 활동 체계 /사진=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제공
[파이낸셜뉴스]대포통장을 개설해 빌려주고 대여료를 챙긴 범죄 조직이 붙잡혔다. 이들을 통해 거래된 불법 자금은 약 12조원대로, 거래액 기준 국내 최대규모 조직이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7월 범죄단체조직·업무방해·전자거래금융법위반 등 혐의로 대포통장 유통조직 관련자 38명을 검거하고 그중 총책을 포함해 6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6월부터 지난 2022년 7월까지 노숙자의 명의를 빌려 유령법인을 열고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을 1048개를 개설해 국내외 범죄 단체에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매달 170만원 수준의 대여료를 받고 사이버 도박, 보이스피싱에 쓰도록 통장을 빌려줘 212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얻었다.
대구 조직폭력배 출신 2명을 포함해 일당 6명은 각각 총책, 계좌관리책, 통장개설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단체 대화방에서 실시간으로 활동 내용을 보고·지시했다. 신분을 감추기 위해 대화방에서는 가명을 사용했고 경찰 수사에 대비해 행동 수칙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들을 통해 거래된 불법 자금의 규모는 입금액 기준 12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전체 대포통장 계좌 중 566개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가 요청됐고 계좌 잔액 46억원 및 압수한 현금 1억원이 기소 전 몰수보전됐다.
첩보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5개월간의 추적 끝에 총책 등 6명을 붙잡아 구속한 뒤 조직원, 대포통장 명의자, 대포통장 개설자 등 32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상법상 회사 해산 명령 청구는 이해관계인과 검사만이 할 수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검사의 해산명령이 없는 이상 경찰 수사 단계부터 신속하고 적극적인 예방을 위한 조치가 불가한 실정"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에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불법 목적 등으로 설립된 회사에 대해 해산명령 신청권을 부여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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