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화우’ 정진수 대표변호사
화우, 기업위기대응팀 선제 발족
기업회생 자문 늘며 경기침체 체감
중대재해처벌법 위헌법률 심판 제청
CPR 센터, 중대재해 사건 통합관리
"로펌 규모가 아니라 시장경쟁력과 고객 신뢰를 기준으로 좀 더 의미 있는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법무법인 화우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화우는 2003년 법무법인 화백과 우방이 합병해 탄생한 로펌이다. 이후 2006년 법무법인 김신유(Kim Shin & Yu)까지 합병하며 지금의 화우가 됐다. 그간 화우는 국내 변호사 300여명을 포함, 500여명의 전문인력을 보유한 국내 메이저 로펌 중 하나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2062억원으로 김앤장과 광장.태평양, 율촌, 세종 등과 함께 국내 대형 로펌 6개중 하나다.
법무법인 화우 정진수 대표변호사 사진=서동일 기자
■"기업 동반자, 로펌이 가야할 방향"
창립 20주년을 맞아 19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정진수 대표변호사는 "화우는 단순한 법률지식 전문가 집단을 벗어나 고객들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함께 솔루션을 찾아가는 컨설턴트이자 동반자가 되겠다는 것이 경영 철학"이라며 "우리나라 법률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플레이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늘날 법률 시장은 단순 사건 수임 형식의 과거 법률시장과는 많이 달라졌다는게 그의 견해다. 기업들이 단지 특정 사건 하나에 대해서만 법률 서비스를 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는 "법률 이슈가 복잡하게 통합되면서 전통적인 법률 서비스만으로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로펌도 그에 맞춰 고객들의 비즈니스를 이해해야 한다"면서 "그런 면에서 시장에 좀 더 빠르게 적응한 화우가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위기 자문 급증…경기침체 체감"
화우가 바라보는 올해 기업 환경은 굉장히 어렵다.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경기 둔화, 고금리에 따른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기업들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각종 분쟁이 생기고, 그런 경우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법률 서비스다. 그런 면에서 로펌 업무가 늘어나는 것은 결코 좋은 신호는 아니다.
대형 로펌업계는 지난해 잇따라 기업위기대응팀을 발족했다. 위기대응은 부실자산 관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도산·회생 등 크게 3가지 부문으로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십여년 만의 일이다.
화우는 지난해 8월 기업위기대응팀을 발족했다. 건설부터 회생, 파산 업무를 담당한다. 대형 로펌중 가장 빨랐다.
정 대표는 "PF의 구조 조정 방안이나 기업회생 절차 타진 등 기업 위기 파생 수요가 늘어 해 경기 침체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우는 최근 부실 PF 사업장 관련 자문이 크게 늘어, 공사비 채권 유동화, 부실사업장 매각, 부실채권(NPL) 관련 법률서비스도 확대했다. 실제 화우가 지난해 12월 개최한 '부실 부동산 PF' 관련 세미나에 예상을 크게 웃도는 참석자가 몰려 추가 강의실을 확보해 영상으로 송출해야 했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고 한다.
정 대표변호사는 "경기가 둔화되고 부동산 시장도 냉각되면서 기존 대출 연장과 신규 대출 제한, 개발 현장의 이해관계자 간 분쟁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면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하는 PF유동화증권이 34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시행사-시공사-금융기관 간 사업 중단에 따른 책임 범위 관련 자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M&A 분쟁 독보적 실적"
그가 화우의 독보적 영역으로 꼽는 부문은 M&A 관련 분쟁이다. 화우는 한진그룹, 금호석화그룹, 산와대부 등 전통적인 경영권 분쟁 업무를 비롯해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SM 등 이목을 집중시킨 경영권 분쟁에서 소위 행동주의 펀드에 대응하기도 했다.
지재권 분야에서 최근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LG와 SK간 2차전지 영업비밀 분쟁, 코오롱 생명과학의 인보사 사건 등도 화우가 수임했다. M&A 분야에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업무를 시발점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해외 자회사 매각, 한진중공업 인수, 쌍용자동차 인수, SM엔터테인먼트 매각 등 시장에서 주목받을 성과를 냈다. 아시아나 인수를 둘러싼 HDC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 분쟁, 남양유업 인수 관련 분쟁에서 승소를 이끌어냈다. 정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수합병(M&A) 거래 자문보다는 M&A 분쟁이나 위기 대응 자문이 급증했다"면서 "화우는 특히 금융규제 업무 분야에서도 로펌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 첫 위헌심판 제청… 현실적 방안 나와야"
지난해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액 기준, 국내 주요 9개 로펌의 매출 성장률은 약 7%였다. 김앤장까지 합치면 작년 국내 10대 로펌의 매출액(추산)은 3조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로펌 매출 성장을 이끈 것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중대재해, 친환경 에너지 등 새로운 분야의 등장이다. 그 중에서도 중대재해처법법는 법조계에서도 주목하는 분야다.
지난해 10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첫 기소된 A사를 대리해 화우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 비상대응팀을 구성한 화우는 현재 중대재해 CPR 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난 한 해 화우에서 가장 바빴던 TF 역시 이 곳이다. 중대재해 사건 발생 이후 노동청, 검찰, 법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합·관리하는 한편, 그에 앞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 시스템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 대표변호사는 "매해 1000건에 가까운 중대재해 사건이 발생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실제로 재해 발생을 줄이기 위해 현실적이면서도 기업이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결국 이 법의 골자는 재해를 실질적으로 줄이자는 것인데, 중대재해법 나온 뒤로 재해가 실제로 줄었나라면 그건 아니다. 각종 산업현장의 (안전불감증) 관행이나 문화도 바뀌고 제도나 사람들의 인식 등이 동시에 바뀌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이를 (산업현장에서) 사고나면 무조건 CEO를 처벌한다, 이렇게 되서는 해결방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 관련 재판이 시작된 것이 이제 10건 정도다. 전체적으로 속도가 늦다"며 "명확한 처벌 기준선,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개별 사건들에 대한 법원 결정이 좀 쌓이면 (법적) 합의점을 찾아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전통 분야에선 '팔로워'였다면, 新시장에선 리더로"
정 대표변호사는 "최근 산업계 움직임이 굉장히 빠르다.
ESG, RE100, 화성 연로에 대한 유럽 규제가 바로 코 앞이고, 기업들은 이제 이를 무시하고 사업을 할 수 없는 정도다. 그런 쪽에서 여러가지 M&A나 규제업무, 4차 산업, 경제안보이슈 등 완전한 새로운 형태의 추세가 나타났다"라며 "이런 새로운 분야에서 '젊고 강한' 우리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통적 분야에서 (화우가) 열심히 따라 갔다면(팔로워), 이런 새로운 분야에선 리더가 될 수 있다"라며 "화우는 규모와 매출에서 1등을 지향하진 않지만 고객 만족도와 시장경쟁력에선 1등 로펌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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